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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롯데월드의 인기 놀이기구 ‘번지드롭’ ‘회전그네’의 운행이 지난달 종료됐어요. 20년 넘게 존재감을 드러냈던 터라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는데요. 이 자리에 내년 상반기, 새로운 놀이기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롯데월드는 넥슨과 협업해 넥슨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세계관을 현실 공간에 조성한대요. 놀이기구의 역사 속에서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는 거죠.

놀이기구 리뉴얼은 롯데월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버랜드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던 ‘우주관람차’도 운영 28년만인 2010년 운행을 종료했고, 도쿄 디즈니랜드도 지난해 10월 ‘버즈라이트이어’ 운영을 마쳤죠. 놀이기구는 어떻게 등장하고, 언제 쓸모를 다하게 되는 걸까요. 에버랜드 디자인 팀에서 10년간 일하며 T익스프레스·동물원·캐리비안 베이 설계 및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김내리 동양미래대 교수(실내건축디자인과)를 지난달 18일 만나 놀이기구의 탄생과 소멸, 국내·외 놀이공원의 운영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디즈니랜드. 유충민 PD
재방문 유도가 과제…놀이기구 수명은 보통 3년
Q : ‘T익스프레스’는 처음 어떻게 기획됐나요.

A :
“에버랜드는 ‘테마’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간 속 놀이기구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잘 담아야 하죠. 그런데 T익스프레스가 있는 자리가 과거엔 눈썰매장이었요. 알프스 산맥을 뜻하는 알파인 테마로 구성된 공간이었죠. 스토리상 알파인 테마에 들어서는 놀이기구인 만큼 알프스 지역에서 산악 열차를 타는 기분을 재현하려고 했어요. 목재라는 독특한 소재를 쓴 이유죠. 대기 동선 역시 신경 썼는데, 강원도 폐탄광에서 직접 탄차와 표지판을 공수해 산악열차 콘셉트를 극대화했어요.”

Q : 기존 기구를 철거하고 T익스프레스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모든 것이 그렇지만 시대 흐름상 수요를 다해서요. 놀이공원은 재방문율을 높이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요. 놀이공원 업계에선 신규 놀이기구 콘텐트의 생명 유지 기간을 보통 3년으로 봅니다. 웬만한 소비자는 한 번씩 거쳐 갔다고 판단하는 기간이죠. 이후에도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선 새로운 기획이 필요해요. 외부 콘텐트와 협업하거나 새로운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죠.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예 색다른 게 필요해지는 시점이 다가와요. 롯데월드가 이번에 놀이기구 운행을 종료하고 새로운 걸 기획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거예요.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 유충민 PD
IP 협업으로 취향 마케팅…경주월드가 좋은 사례
Q :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놀이공원의 전략은 뭘까요.

A :
“에버랜드는 2017년부터 핼러윈 시즌에 맞춰 T익스프레스에 좀비가 등장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엔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과 협업했고요. 한 번 타본 기구이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이목을 끌기 위한 전략이에요. 요즘 팝업 스토어가 유행하는 것처럼 놀이공원도 외부 IP(지식재산권)와 협업해 소비력을 자극하고 마니아층을 구성하는 거죠. 과거엔 놀이기구 자체만 홍보했다면, 지금은 콘텐트 스토리텔링으로 소수 집단의 취향을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이 효과적인 것 같아요.”
롯데월드 어트랙션. 유충민 PD

Q : 취향 마케팅을 잘하는 또 다른 사례가 있나요.

A :
경주월드의 ‘드라켄밸리’요. 요즘 국내에서 가장 무서운 롤러코스터로도 유명하죠. 업계에선 이 사례가 스토리텔링을 굉장히 잘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신들의 세계를 놀이기구에 담아낸 거예요.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로 팬덤을 만든 좋은 사례 같아요.
디즈니 급 놀이공원 등장할까…한류 콘텐트로 실험을
Q : 국내 놀이공원도 디즈니랜드 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오리지널 콘텐트의 부재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디즈니랜드 같은 브랜드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였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놀이공원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죠. 디즈니랜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IP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영화를 IP로 상품화해요. 사람들이 아주 잘 아는 스토리 콘텐트를 기반으로 체험형 놀이기구와 굿즈를 소비하는 구조를 만든 거예요. 다시 말해 콘텐트·체험·굿즈까지 삼 박자가 제대로 맞아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든 거죠.”
디즈니랜드 미키마우스. 유충민 PD

Q : 결국 디즈니랜드의 성공 비결은 IP 덕분인가요.

A :
“튼튼한 자체 IP를 기반으로 ‘몰입형 시뮬레이팅’을 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디즈니랜드에 들어서는 순간 일상에서 비일상의 경계로 들어서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두 세계가 완벽히 분리된 느낌이 들거든요. 마치 영화 스토리에 흠뻑 빠져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롯데월드엔 잠실 시내가, 에버랜드에선 용인 지역의 풍경이 계속 보여서 완벽한 몰입이 어려운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에요. 디즈니랜드는 최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뜻하는 확장현실(XR)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더 큰 몰입을 위한 거죠.”

Q : 국내 놀이공원이 디즈니랜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A :
“판을 조금 뒤틀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요즘 한류 콘텐트의 힘이 강해졌어요. 필요에 따라 문화 콘텐트와 놀이기구 간 전략적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겠죠. 장소 융합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스파나 리조트·쇼핑몰 등과 결합한 체험 공간으로 시설이 확대되면 새로운 공간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디즈니의 성공 문법에 국한되지 않고, 이 시대의 니즈를 잘 엮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비크닉’ 유튜브 채널의 ‘B사이드’에선 놀이기구의 탄생과 진화와 함께 에버랜드·디즈니랜드 등 국내·외 놀이공원의 운영 전략을 비교해봅니다. 음모론적인 질문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파헤쳐 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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