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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대통령 탄핵 선고일만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50304
국민의힘 관계자가 전한 당 내부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탄핵 선고 결과가 어떻든 일단 결정이 돼야 나와야 뭐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다들 붕 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최근까지 매주 공개 세미나를 열던 당 전략기획특별위원회는 지난주부터 2주째 회의를 중단했다. 전략기획특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대통령 탄핵 선고 전까지 당분간 회의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전략보고서 작성도 최근에는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탄핵 선고 결과가 인용이냐, 기각 또는 각하냐에 따라 선거용 정책을 준비하느냐 다른 전략을 짜야 하느냐 고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당초 당에선 “대통령 탄핵 선고가 3월 초·중순에는 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생각보다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늘었다. 한 초선 의원은 “여론이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헌재도 판단을 빨리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일각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까지 선고가 밀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의원들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기각 또는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유기적이진 않다고 한다. 한 의원은 “이름만 올려놓고 안 가는 사람도 있고, 일정이 안 맞아 잠깐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들끼리도 ‘언제 선고가 날 거 같냐’고 물어보며 헌재 기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윤상현(오른쪽)·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2025.3.11/뉴스1
국민의힘의 이런 분위기는 당 전체가 탄핵 인용 총력전을 벌이는 더불어민주당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민주당 의원들은 단식과 삭발농성에 이어 12일에는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까지 10㎞ 이상을 걸으며 탄핵 인용을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지지층 때문에 공개적으로 대선 준비를 할 수는 없지만,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재빨리 모드를 바꿔야 하는 여당의 딜레마”란 분석이 나온다. 유력 주자들 다수는 겉으론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밑 준비도 하는 중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별 의원들이 장외에서 시위하고, 지도부는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선고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지층을 달래면서도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지도부는 최근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을 강조하며 정책 간담회와 정책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10일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고, 12일에는 청년들과 정책 간담회를 갖고 대학생 총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 비율을 60%에서 70%로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지도부가 왜 이렇게 안 싸우느냐’고 불만이 많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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