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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취소 소식 듣고 ‘오랜만에 참석’ 많아
“헌재는 하루빨리 윤 파면해야” 한목소리
15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농촌은 농사철이 시작인데 다 미루고 나왔어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동십자각 인근에서 농민 한왕기씨(66)가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이날로 예정된 지인의 결혼식 두 개도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내 나이 스물한 살 때 공수부대에 있던 친구들이 광주에 간 뒤로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다. 더는 그러면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가 시민의 뜻을 오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씨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바라는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 석방 등을 보며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비상계엄이라는 비정상에도 탄핵 인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며 “헌재가 하루빨리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시민들은 이날 이른 오후부터 동십자각부터 경복궁역까지 거리를 메웠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거주하는 서정배씨(52)는 “계엄은 명백히 불법인데, 대통령 석방 소식을 듣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고, 무섭기도 했다”며 “다음 주 선고 가능성이 큰데 많은 사람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왔다는 김춘식씨(65)는 “판사의 잘못된 선택으로 윤석열이 사실상 ‘탈옥’을 했다”며 “그래도 (윤 대통령 탄핵은)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주민 이모씨(45)는 “법의 허점만 노려 마음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 화도 나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며 “헌재에서 빨리 인용 판결을 내려줬으면 해서 거리로 또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법철학서를 읽고 있던 대학원생 양모씨(29)는 “탄핵 인용으로 우리 사회의 헌정질서가 제대로 서길 바란다”면서도 “그래도 헌재 판결 전 마지막 주말이라 힘을 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오랜만의 참석’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사는 김지희씨(24)는 “14일에 끝날 줄 알았는데 길어지니까, 헌재 안에서 의견통일이 안 된 건가 싶었다”며 “(비상계엄 이후) 여의도 집회에는 매주 갔지만, 광화문에는 처음 왔다”고 말했다.

아빠의 목마를 타거나, 부모와 함께 응원봉을 드는 아이들도 자주 보였다. 15개월 막내 자녀를 목말을 태운 채 집회에 참여한 노현희씨(43)는 “첫째 아이가 장애인인데 같이 오지 못해 아쉽고 탄핵 이후엔 차별 없고 평등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윤석열이 석방되는 것을 보고 탄핵 찬성에 힘을 보태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 가족 참석자가 15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자녀의 무동을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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