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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비교에 내몰린 사람들
좌절·분노 파괴적으로 분출
청소년 놀이문화로 확산 우려도
13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저주인형들. 온라인 쇼핑몰 캡처

13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주인형’을 검색하자 수백 개의 상품이 줄지어 나타났다. 누군가를 저주할 때 사용하는 인형의 수는 상당히 많았다. 상품에 딸려 오는 부적에 ‘저주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은 뒤 짚으로 만든 인형에 붙이고 바늘 등으로 찌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상사’ ‘사기·배신’ ‘사적 복수’ 등 다양한 대상의 저주인형이 개당 1만원 내외로 팔리고 있다. 판매자들은 동영상까지 활용해 인형 활용법을 홍보하고 나섰다. 구매평은 더욱 노골적이다. 실제 구매해 써 봤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효과를 봤는데 소름 돋는다” “상사가 그만두게 해달라고 저주했는데 다리가 부러져 퇴사했다”는 등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말들을 남겼다.

이처럼 보복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저주인형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분노가 인형을 넘어 실제로 확산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과 교수는 “저주인형의 등장과 인기는 우리 사회에 증오와 갈등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해소되지 않은 분노의 왜곡된 표출 방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규보 총신대 교수는 지나친 경쟁과 억눌린 분노가 만들어낸 ‘병리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사회 전반에서 서로 비교하는 문화가 반복되다 보니 적지 않은 사람이 좌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마땅히 해소할 통로를 찾지 못하고 저주인형 같은 대체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들이 저주인형을 놀이문화로 이해하는 건 더욱 큰 문제다.

윤 교수는 “청소년이 이를 장난감처럼 여길 수 있지만, 저주를 당한 당사자가 이를 알게 됐을 때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주인형이 주술에서 비롯된 무속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하재성 고신대 목회상담학 교수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이해와 공감을 키워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왜곡하는 미신적인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분노를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자기 파괴적 행동이나 수동적 공격 대신 분노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며 “분노를 다스리는 최종 목표는 용서인데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가치인 사랑을 통한 화해가 무분별한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김상덕 한신대 교수는 “신앙은 마음의 언어”라며 “교회가 개개인의 감정이나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통해 이들의 분노를 해소할 길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윤 교수도 “기독교가 증오와 저주의 문화를 축복과 사랑의 문화로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쁜 관계를 회복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기독교 사랑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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