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직전 주말인 15일 서울 곳곳에서는 탄핵 찬성·반대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총력전을 벌였다.

15일 정오 서울 광화문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지지자들. 서지원 기자

이날 탄핵 반대 지지자들은 서울 광화문·여의도·대통령실 앞 등에서 집회를 열고 “탄핵 기각”을 외쳤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1시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오후 2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3만5000명이 모인 가운데 주최 측 연사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부정선거 검증과 국민저항권 발동을 주장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포토부스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왼쪽)과 이재명 대표 '밟아존'을 만들어 놓은 모습. 서지원 기자

양손에 ‘윤석열 즉각복귀’, ‘국회 해산’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은 한껏 고조된 모습이었다. 태극기·성조기를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도 등장했다. 연단에 오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오늘 3·1절 집회 때보다 더 많이 모였다”며 “윤 대통령은 다음 주 반드시 돌아온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맞습니다”라고 환호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세이브코리아 측 탄핵 반대 지지자들. 전율 기자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는 보수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3500명의 참가자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막아야 한다”고 외치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윤석조(78)씨는 “다음 주 탄핵심판 선고가 있다고 들어서 (반대) 세력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대통령이 탄핵되고 또다시 대선을 치른다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야5당 공동비상시국 범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편,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이후 불안감을 느낀 탄핵 찬성 측도 이날 헌법재판소 인근에 결집해 “탄핵 인용”을 연호했다.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지지자들은 ‘내란범죄당 국힘은 해산하라’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거나 ‘탄핵’이 적힌 배지를 달고 “윤석열 즉각 파면”을 외쳤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광화문 앞으로 행진하는 탄핵 찬성 측 지지자. 박종서 기자

안국역 앞에 모인 약 2000여명의 촛불 문화제 참가자 중 일부는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리는 ‘15차 범시민 대행진’에 합류했다. 같은 시각 을지로입구역 앞에선 민주노총 등 1만3000명이 집결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나온 이민상(21)씨는 “대통령 석방 소식에 분노해 나왔다”며 “반드시 탄핵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도 막판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탄핵 찬성 측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법 기술자들을 동원해 구치소에서 탈옥했다”며 “사회 질서와 안정을 해치는 탈옥수는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반면, 탄핵 반대 측 국가비상기도회 연단에 오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줄탄핵의 결과는 줄기각이었다”며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이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으로 행진하는 탄핵 찬성 지지자들. 박종서 기자

양측 간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경비 태세를 강화한 경찰은 이날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전역에 73개 기동대(4400여명)를 배치했다.

중앙일보

이수민·서지원·박종서·전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