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배우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지난 7일 1막(봄 편, 1~4화) 공개 후 인기몰이 중이다.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의 삶을 사계절에 빗대 그려내며 호평을 받는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을 제목으로 가져왔다.

광례(염혜란, 왼쪽)는 어린 딸 애순에게 "푸지게 살라"고 한다. /넷플릭스

“애순아, 엄마가 가난하지, 니가 가난한 거 아니야. 쫄아붙지 마. 너는 푸지게 살아.”


남편과 사별한 뒤 자식 셋을 거둬 먹이느라 제주 해녀(잠녀) 일을 하며 악착같이 사는 애순이 어머니 광례(염혜란). ‘숨병(감압병)’으로 29세 꽃다운 나이에 요절하게 되는 그는 마치 ‘유언’처럼 시인을 꿈꾸는 똘방진 딸 애순에게 이렇게 말한다. ‘꿈을 잃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 서울 놈한테 시집갈 거야”라던 꿈 많고 당찬 애순이의 삶은 그러나 신데렐라식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게 펼쳐진다. 광례의 바람대로 잠녀는 피했을지언정, 자신만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던 생선 집 아들 관식과 살게 되며 아궁이 앞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는 거다.

‘언젠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것’이라던 애순은 꿈을 접어두는 대신 딸 금명(아이유, 1인 2역)에게 헌신한다. “금명이가 상을 차리는 게 아니라 상을 다 엎고 살면 좋겠다”면서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관식과 애순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며 입 맞추고 있다. /넷플릭스

세대를 넘어가도 굴레처럼 이어지는 가난을 버티게 하는 건 사랑이다. 남자 밥상, 여자 밥상 따로던 시절, 딸 금명이 여자 몫으로는 떨어지지 않던 보리 콩을 찾자 관식은 보리 콩이 두둑한 밥 공기를 들고 여자 상으로 돌아 앉는다. 금명을 잠녀로 만들어 한밑천 삼겠다는, 계집애(금명)가 무슨 자전거냐는 시할머니에게 반격하는 애순이의 손을 잡아주는 것도 관식이다.

“난 엄마처럼 살기 싫어” 하는 다 큰 금명이의 항변에, 한 평 남짓 작은 부엌 아궁이 앞에 앉은 애순이의 모습이 겹친다. 애순이는 가장으로서 일을 나가는 관식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그 앞마당에선 금명이 자전거를 탄다.

여자아이지만, 자유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애순이의 마음이 오롯이 한 장면에 담긴다. 어머니 광례가 그랬던 것처럼 딸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주기 위한 마음이다. 가부장적이던 그 시절 관식이의 존재는 애순이가 살아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금명(아이유)을 바라보는 애순과 관식. /넷플릭스

14일 공개된 2막(여름 편, 5~8화)은 애순과 관식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더욱 성숙한 감정선과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흥행을 이어갈 전망이다. 1인 2역에 도전하는 아이유가 젊은 애순과 딸 금명을 동시에 연기하며, 세대 간 감정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사계절을 따라 총 4막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애순이의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매주 금요일 4화씩, 총 16회에 걸쳐 긴 호흡으로 선보인다.

우리 딸들은,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딸들은 우리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까. 드라마는 할머니, 어머니 세대의 헌신과 함께 앞으로의 희망까지 품게 한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몰아보기는 주의가 필요하다. 눈물이 ‘폭싹’ 쏟아질 수 있을 테니까.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10 “한국은 2년째 독재화가 진행 중…이제 ‘자유 민주주의’ 국가 아냐” 랭크뉴스 2025.03.16
44809 [단독] “헌재 정보 부족” “전원 단식하자” 답답함 드러낸 민주 의총 랭크뉴스 2025.03.16
44808 북마케도니아 나이트클럽서 대형 화재…51명 사망·100여명 부상 랭크뉴스 2025.03.16
44807 노벨 경제학자, 자연사 아니었다…1년만에 밝혀진 죽음 내막 랭크뉴스 2025.03.16
44806 캐나다, 美와 관세 전쟁에 ‘F-35′ 전투기 도입도 재검토 랭크뉴스 2025.03.16
44805 캐나다, 美 F-35 전투기 구매 재검토…트럼프 압박 대응? 랭크뉴스 2025.03.16
44804 ‘최장 숙고’ 헌재…윤석열 운명의 선고일, 20일·21일 가능성 랭크뉴스 2025.03.16
44803 [단독] 경호처, 수사기관 만난 간부 해임...김성훈 체포 방해 혐의 덮나 랭크뉴스 2025.03.16
44802 헌재 최장기간 숙의, 이번 주 선고할까? 랭크뉴스 2025.03.16
44801 정부, 美 '민감국가' 일격에 늑장 대응... 中 요소수 사태 재연되나 랭크뉴스 2025.03.16
44800 해경, 창설 72년 만에 세 번째 여성 총경 랭크뉴스 2025.03.16
44799 ‘핵우산’에도 “핵무장” 분출…윤 정부에 ‘경고장’ 보낸 것[뉴스 분석] 랭크뉴스 2025.03.16
44798 “바퀴벌레 먹으며 버텼어요”…페루 어부, 95일 표류 끝 구조 랭크뉴스 2025.03.16
44797 오세훈측, 중식당 만남은 인정… 엇갈린 3대 팩트 ‘물증’이 관건 랭크뉴스 2025.03.16
44796 95일간 이렇게 버텼다…'태평양 표류' 실종 어부 극적 구조 랭크뉴스 2025.03.16
44795 ‘힘이 전부’라는 트럼프와 푸틴 [세계의 창] 랭크뉴스 2025.03.16
44794 북마케도니아 클럽 화재로 59명 사망… 폭죽이 원인 랭크뉴스 2025.03.16
44793 내일 아침 대부분 영하…강한 바람 주의 [7시 날씨] 랭크뉴스 2025.03.16
44792 국회 탄핵대리인단 서상범, 구청장 출마에…與 “선거 위해 탄핵 이용” 랭크뉴스 2025.03.16
44791 트럼프 정부, 예멘 후티 반군에 첫 공습…이란에도 경고 랭크뉴스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