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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어려움에 소기업들 매물로
사업다각화, GMP시설 확보 차원 인수
R&D 성장동력 찾는 외국과 큰 차이

일러스트=챗GPT 달리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간 인수합병(M&A)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회사가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업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인수를 하고 있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M&A 시장으로 나온 매물의 인수 가격이 떨어진 영향도 있다.

올 들어 15일 현재까지 기업이 공식화한 국내사 간 M&A는 5건이다. 올해 1분기가 끝나기 전에 지난해 M&A의 3분의 1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12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M&A 건수는 48건으로, 2020년 3건에서 2024년 11월 14건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기업 간 M&A가 증가하는 것은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증거라고 보면서도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한다. 인수 규모가 대부분 1000억원 미만이고, 글로벌 기업들이 신약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달리 당장 캐시카우(수익원)가 될 기업에만 집중됐다는 것이다.

M&A로 신사업 진출, 캐시카우 확보
최근 동구바이오제약, 신라젠, 큐라클, HLB, 녹십자웰빙 5곳이 공식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섰다. 최근 M&A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을 보면 신사업 진출과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원)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모두 연 매출이 2000억원대 이하인 중소기업들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필러·재생의료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회사는 대상 기업명은 “현시점에서 밝힐 수 없다”면서도 “현재 피부재생, 필러, 미용 치료제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 인수 절차가 막바지 단계”라고 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현재 주력 사업은 피부과·비뇨기과·내과·이비인후과에서 주로 쓰는 전문의약품이다. 회사가 새롭게 진출하려는 분야인 필러는 피부 주름 완화와 윤곽 개선(볼륨 향상), 보습, 탄력 유지 효과를 내는 주사형 의료기기로, 피부·미용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함께 수요가 큰 분야다. 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까지 오래 걸리는 신약에 비해 매출을 빨리 올릴 낼 수 있다.

신라젠은 지난 13일 코렌텍으로부터 우성제약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00억원이다. 우성제약의 주요 제품은 수액제로, 대형병원이 주 고객이다. 신라젠의 지난해 매출은 39억원, 영업 적자는 264억원이다.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캐시카우로 내세울 자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액제 사업을 하는 회사 인수를 택한 것이다.

신약 개발 기업 큐라클은 이달 원료의약품(API) 개발·수입·유통 기업인 대성팜텍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은 오는 5월 14일 완료할 예정이다. 큐라클은 대성팜텍 합병을 통해 95억원의 매출을 확보하는 효과를 본다. 회사에 따르면 합병 완료 후 6월부터 대성팜텍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HLB그룹은 이달 펩타이드 제조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애니젠을 인수했다.

GC녹십자그룹은 M&A를 통해 미용·성형 시장의 대표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GC녹십자그룹의 영양·미용 주사제 사업 계열사인 녹십자웰빙은 지난달 이니바이오의 경영권 지분을 취득했다. 인수 가격은 400억원대로 알려졌다. 녹십자웰빙의 작년 연매출은 1338억원 규모다.

R&D보다는 재무구조 개선 목적 강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추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국내외 M&A 거래량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 정책분석팀 과장은 “바이오 상장사는 상장 유지를 위해 인수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한편, 투자 유치 어려움으로 자금 조달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GMP시설을 포함한 중소형 제약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추세가 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3년 미국의 경우 자본 회수 방법으로 M&A를 선택한 사례가 95%로 압도적인 반면, 국내는 기업공개(IPO)가 42%를 차지한다”며 “시장 변화 대응과 성장 구조 안정을 위해 M&A가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M&A가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발전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M&A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M&A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의 M&A 사례 48건 중 34건이 거래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이었다. 거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43건 가운데 79%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M&A 거래의 규모를 모두 합산하면 약 98조원(약 680억달러)인데, 이는 2019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가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기업 세엘진을 인수한 금액 740억달러(약 83조원)보다 작은 규모다.

M&A 내용도 완전히 다르다. 미국·유럽의 글로벌 제약사는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사례가 잦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90% 가까이 경영권 확보와 투자, 단기간에 매출과 이익을 높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가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하는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혀 다른 사업 회사를 인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약 개발 기업 셀리드는 지난해 베이커리 회사 포베이커를 사들였다.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하자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베이커리 회사를 합병하는 식으로 급한 불을 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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