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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엔이 양자 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이다. 양자 기술들 중에서 초미의 관심 대상으로는 단연 양자컴퓨터를 들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풀기 어렵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 받는다.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연이어 공개되면서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ES에 등장한 양자컴퓨터올해 초 양자컴퓨터가 세간의 큰 관심을 받는 주제로 급부상했다.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빨리 데이터를 처리할 있는 기술이 공개되는 등 작년 말부터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이 연이어 발표된데 이어 CES에도 양자컴퓨터 부문이 신설되고 콘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된 덕분이었다. 콘퍼런스에는 초전도 양자컴퓨터 개발을 선도하는 구글, IBM과 이온포획 방식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아이온큐(IonQ) 등 주요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서 양자컴퓨터의 실제 활용에 초점을 둔 논의가 진행되었다.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키운 계기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점에 대한 논쟁이었다. CES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려면 앞으로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 조기 상용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 직후 아이온큐, 디웨이브퀀텀 등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주가가 최대 40% 넘게 폭락했고 관련된 파생금융상품 중 일부가 상장 폐지되는 등 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디웨이브퀀텀 등 양자컴퓨터 기업들과 SAP 등 관련 기업들은 양자 어닐링과 같은 일부 기술은 머지않아 상용화될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상용화 시기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양자컴퓨터란 양자를 연산 도구로 삼는 큐비트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양자컴퓨터의 장점은 중첩, 얽힘, 간섭 등 양자 특유의 속성을 활용해서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를 연산 도구로 삼는 기존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빠른 연산 속도는 양자컴퓨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가령 처리할 데이터가 1만 개인 경우 직렬 연산 방식인 기존 컴퓨터는 1만 회의 연산을 거쳐야 결과값을 얻을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는 이론상 단 1회의 연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양자컴퓨터는 시뮬레이션, 최적화 및 특정한 조건 아래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서 기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 문제는 슈퍼컴퓨터로 처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때로는 아예 풀기도 힘들지만 양자컴퓨터는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궁극적인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제품 균열을 자가 복구하는 소재,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만능 촉매 등 각종 신소재 개발이나 토양 비옥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최적화 문제 등의 혁신적 문제 해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부수적으로 신소재 개발 속도나 AI의 학습 속도를 대폭 향상시킴으로써 소비 전력과 개발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는 프로세서 기술 개발양자컴퓨터는 1960년대에 물리학계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이론적인 연구는 1980년대 들어 활성화되었다.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술로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양자프로세서와 양자알고리즘을 들 수 있다. 양자프로세서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도구인 큐비트의 오류를 파악, 수정해서 정확한 결과를 얻게 하는 부품이다. 양자알고리즘은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활용해 양자프로세서가 올바른 결과값을 산출할 수 있도록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대중의 주목을 처음 받았던 2021년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큐비트의 오류 수정 기술은 2030년 이후에나 개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양자프로세서, 특히 오류 수정 기술의 개발 성과가 돋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기업들과 MIT 등 대학 연구소들은 양자컴퓨터 기술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큐비트의 안정성과 오류 수정 문제에서 중요한 개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작년 12월 구글은 새로운 양자프로세서 윌로우(Willow)를 공개했다. 구글의 윌로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연산 속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105개의 큐비트를 탑재한 윌로우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1025년간 연산해야 하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마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025년은 우주 나이 138억 년의 725조 배에 달할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긴 시간이다. 구글의 윌로우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큐비트 수를 늘리면서도 임계값 이하(below threshold) 수준으로 오류를 줄임으로써 1995년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이 소개된 후 30년 가까이 해결하지 못했던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월에는 MIT 연구팀이 큐비트의 신뢰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MIT 연구팀은 초전도 큐비트 중 하나인 플럭소니움(fluxonium)을 활용해서 기존 큐비트보다 양자 상태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연산의 신뢰도를 99.998%로 향상시키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신소재를 적용한 양자프로세서를 공개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17년간의 연구 끝에 위상 큐비트(topological qubit) 기반 양자프로세서인 마요나라1(Majorana 1)을 공개했다. 마요나라1이 여타 프로세서들과 다른 점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신소재인 토포컨덕터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인듐 비소화물과 알루미늄을 원자 단위로 결합한 토포컨덕터는 안정적인 초전도성과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한 내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토포컨덕터로 만들어진 마요나라1은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인 큐비트의 오류 파악과 수정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양자 정보의 손상 방지 효과도 더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공개된 마요라나1에는 큐비트가 단 8개만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요나라1이 양자컴퓨터가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최소 임계치인 약 100만 개의 큐비트까지 탑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프로토타입 양자컴퓨터 개발 프로그램인 ‘US2QC(Underexplored Systems for Utility-Scale Quantum Computing)’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앞당기려면 또 다른 핵심 기술인 양자알고리즘의 개발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양자프로세서 기술이 빠르게 진일보하는데 반해 양자알고리즘의 연구는 다소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상용화를 저해할까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소인수분해를 빠르게 처리해 기존 암호체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쇼어 알고리즘 등 주요 알고리즘의 개발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정체되었고 양자머신러닝 알고리즘 등 응용 알고리즘의 개발도 2010년대 중반 이후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양자컴퓨터를 적용하기에 알맞은 이슈나 문제를 발굴하는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특별한 문제 해결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합한 문제의 발굴도 상용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 산업에서 문제의 크기는 작은데 변화 과정에서 경우의 수가 많아져 다뤄야 할 데이터의 양과 연산량이 많아지는 문제를 선발굴하는 활동은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시점을 앞당기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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