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 전 모습. 비봉이는 2022년 10월 16일 방류된 후 모습을 감췄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들은 비봉이가 죽었다고 보고 있지만 정부는 그의 죽음도 인정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제공


"사막에 초등학생 한 명 데려다 놓고 살라는 것과 다른 게 뭐지?", "사람을 40년간 감옥에 가뒀다 100일간 직업 훈련 시켜 사회로 보낸다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겠나?"

장기간 수족관에서 지내다가 2022년 10월 16일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와 관련, 뒤늦게
발간된 백서의 문제점
을 짚은 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남긴 반응 중 일부다.

연관기사
• 성급한 방류로 돌고래 '비봉이' 죽었나···2년 넘어 낸 정부 백서는 면피용 비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415140002102)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가 비봉이 방류를 우려하며 비유했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고래류 방류에 대해 "지방 보육시설에서 길러진 아이를 어른이 된 후 집, 돈, 일자리, 가족 등 생존에 필요한 어떤 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도시에 던져 놓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퍼시픽리솜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2022년 8월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던 모습. 서귀포=연합뉴스


수족관에서 17년간 돌고래 쇼에 동원되다 고작 48일의 야생적응 훈련기간을 거쳐 바다로 내보내진
비봉이는 방류 당일부터 찾을 수 없었다
.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는 방류 전부터 성급한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방류 이후에는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
에 실패 인정과 책임 규명을 촉구해왔다.

계속 미루던 해수부는 지난 1월에서야
백서를 조용히 발간
했다. 그나마 기자가 백서 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문했던 관계자들에게 소식을 이메일로 알렸다. 이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방류 당시 장관이 나와 발표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백서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지만
기본적 자료조차 포함돼 있지 않은 점
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비봉이를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의
죽음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
이다.

6개 동물단체는 2023년 10월 비봉이 방류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내고 비봉이를 무리하게 방류한 방류협의체에 방류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6개 단체 제공


각기 다른 이유로 방류에 찬성했던 이들이 모여
'답정너'식으로 진행한 방류는 비봉이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는 '수족관 대신 바다에 갈 기회라도 얻지 않았냐', '민관합동으로 시도한 데 의의가 있다'는 궤변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비봉이의 죽음을 기리고 책임을 규명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제2의 비봉이가 나오지 않도록
남아 있는 수족관 고래류를 위한 책임
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법과 정책을 보면 암울하다.

2019년 2월 제주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 내실에서 만난 큰돌고래 태지. 서울대공원 제공


비봉이를 내보낸
호반퍼시픽리솜
이 2022년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
를 허가없이
거제씨월드
로 보낸 것과 관련, 13일
위법이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 나왔지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에 그쳤다. 또 현행법은 고래류 신규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가 태어난 것 역시 경찰이 불송치 결정
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담당 부처인 해수부는 "재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육환경 점검 등 감시, 감독 체계를 구축한다며 도입한
수족관 검사관제도 언제 시행될지 모른다
. 지난달 검사관이 임명됐지만 해수부와 수족관 허가권자
경남도청
은 시행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나 교육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족관 고래류가 다 죽어야만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서울대공원에 있다 퍼시픽리솜, 거제씨월드까지 쫓겨간 태지를 비롯한
수족관 고래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519 트럼프 “예멘 후티반군에 공습” 명령…후티 “최소 9명 사망” 랭크뉴스 2025.03.16
44518 “덕분에 청춘을 버텼다”…故 휘성, 16일 영면 랭크뉴스 2025.03.16
44517 “너희 아빠 ‘흑백요리사’ 왜 안 나와?” “우리 아빠 3스타야” 랭크뉴스 2025.03.16
44516 10억이면 나도 마포IN 가능한 아파트는? [박형윤의 힘숨찐 아파트] 랭크뉴스 2025.03.16
44515 산불 잡는 귀신 따로 없네…아마존 밀림 지킬 ‘눈 좋은 AI’ 개발 랭크뉴스 2025.03.16
44514 "가라는 엄마, 말리는 선배"…의정갈등에 학교 밖 맴도는 의대생 랭크뉴스 2025.03.16
44513 ‘무노’의 품격으로 할리우드 사로잡은 봉준호…‘미키 17’ 4000억 흥행 벽 넘을까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랭크뉴스 2025.03.16
44512 [실손 대백과] 입원치료비 분쟁 증가… 병원만 믿으면 낭패 ‘필요성’ 인정돼야 랭크뉴스 2025.03.16
44511 [샷!] "서이초 사건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랭크뉴스 2025.03.16
44510 "반도체 들어가면 다 규제"…中 겨눈 USTR 칼날에 삼성∙SK 촉각 랭크뉴스 2025.03.16
44509 ‘너자2’의 흥행, 중국 정부 정책 변화의 신호탄일까 랭크뉴스 2025.03.16
44508 "마지막 주말 집회 되길"‥파면 촉구 '총집결' 랭크뉴스 2025.03.16
44507 지하수 2천곳 조사해보니…62% '음용수로 부적합' 랭크뉴스 2025.03.16
44506 [작은영웅] “저거 쏟아지면 대형사고” 비틀대는 트럭을 보고 경찰이 한 행동 (영상) 랭크뉴스 2025.03.16
44505 “신라호텔보다 비싼 ‘골프장 탕수육’”…골프 인기 시들, 골프웨어 업계 울상 랭크뉴스 2025.03.16
44504 30대도 '그냥 쉰다' 6개월 연속 최대…"경력직도 구직 포기" 랭크뉴스 2025.03.16
44503 밴스, '트럼프 확성기'로 빌런 등극... 다양성 정책 때리지만 '수혜자 딜레마'도 랭크뉴스 2025.03.16
44502 생산량 50%가 재고? 中 최고급 술 '마오타이' 체면 구긴 이유 랭크뉴스 2025.03.16
44501 [세종풍향계] 부처 두 개로 쪼개겠다는 민주당 아이디어를 내심 반기는 기재부 직원들 랭크뉴스 2025.03.16
44500 조기 대선 땐 야권 뜨거운 감자로… '오픈프라이머리'가 뭐길래? 랭크뉴스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