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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리 비워놔야" 임산부석 49%·교통약자석 36%
"임산부석 당연한 권리" 89%… 도입 취지 폭넓은 공감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다. 뉴스1


‘임산부 배려석’이란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2009년에 시내버스, 2013년 서울 지하철에 교통약자석과 별개로 설치한 좌석이다. 육안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자리 양보를 받지 못하거나 교통약자석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 1980년 서울 지하철 출범 당시 도입한 노약자석은 2005년부터 '교통약자석'으로 명칭을 변경해 운영했다. 이는 노인, 장애인, 임산부, 유아 동반자,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이동이 어려운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 배치한 좌석이다. 두 배려석을 도입해 운영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2025년 1월 3~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에 관한 공통된 인식과 차이를 확인했다.

일부 지역이나 운송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하철에는 열차 칸마다 2석, 시내버스에는 1, 2석의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 지하철에는 열차 칸마다 전동차 양쪽 끝에 각각 6석의 교통약자 지정석이, 시내버스에는 1, 2석의 교통약자 배려석이 있다. 본 조사에서는 지하철 전동차 양쪽 끝에 배치한 교통약자 지정석, 시내버스 내 교통약자 배려석을 교통약자석으로 정의하고 인식을 확인했다.

10명 중 9명은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9%, 교통약자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91%로 대다수이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임산부(93%)와 교통약자(92%)는 모든 좌석에 우선 이용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임산부 배려석(65%)과 교통약자석(74%)을 늘리기보다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대중교통 내에 ‘교통약자석’ 필요성.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중교통 내에 ‘임산부 배려석’ 필요성.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중교통 내에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의 좌석 수에 대한 생각. 그래픽=강준구 기자


두 배려석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는 가운데 이용 경험에는 차이가 있다. 교통약자에 해당하는 만 65세 이상을 제외한, 만 18~64세 응답자 중 절반(51%)은 교통약자가 아님에도 교통약자석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비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3명(29%)뿐이다.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데 있어 심리적인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로교통공사는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비워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어 감사하다는 내용의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명 ‘핑크카펫’은 임산부 배려석의 다른 이름으로, 분홍색 시트와 큼지막한 심볼을 부착해 좌석을 특별히 구분한 것이다. 이로써 비임산부의 핑크카펫, 즉 임산부 배려석 이용이 일반 승객의 교통약자석 이용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임신 중이 아닌데 ‘임산부 배려석’에 앉거나 교통약자가 아니지만 ‘교통약자석’에 앉아 본 경험이 있나. 그래픽=강준구 기자


2명 중 1명(49%)은 육안으로 임산부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평소’에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교통약자석은 교통약자가 아니라도 자리에 앉아 있다가, 교통약자가 있으면 ‘양보하면 된다(48%)’는 인식이 절반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 등 ‘혼잡한 시간대’에는 두 배려석 모두 비워두기보다는 양보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특히 교통약자석은 양보하면 되는 좌석이라는 인식이 50%를 넘어선다(54%). 사람들은 교통약자석보다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더 큰 부담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소 혹은 혼잡한 시간대에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을 비워두는 것에 대한 생각. 그래픽=강준구 기자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는 이유가 눈에 띄는 좌석 디자인뿐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임산부 배려석 운영 취지와 효과에 공감한다.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89%)’ ‘임산부 배려석 정책은 사회적 약자 보호에 기여한다(83%)’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채 1명도 되지 않는 0.75명인 상황에서 임산부 배려석 정책이 출산 장려에 기여한다는 인식도 60%로 과반이다. 항간에 떠도는 임산부 배려석의 ‘남녀갈등 조장(18%)’ ‘여성(12%)’과 ‘임산부(9%)’에 대한 혐오 유발, ‘비임산부에 대한 역차별(11%)’과 같은 주장에는 10명 중 1, 2명만이 동의하고 80-90%가량이 동의하지 않는다. 20·30대 남성은 같은 세대 여성 대비 임산부 배려석의 역효과를 지적하는 의견이 조금 더 높기는 하나 다수의견은 아니며, 대다수가 도입 취지와 긍정적인 기대효과에 공감한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생각.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람들은 교통약자라면 누구나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을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유아 동반자(78%)’ ‘장애인(73%)’ ‘목발이나 깁스 착용자(72%)’는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70%를 상회한다. 이보다 적지만 ‘어린이(59%)’와 ‘노인(56%)’도 임산부가 아님에도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50%를 상회한다. 정리하면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응답자 중 97%는 임산부 역시 교통약자석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을 아래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픽=강준구 기자


교통약자석은 노인(95%)을 포함해 임산부(97%), 교통약자로 지정한 장애인(96%),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이동이 어려운 이들(목발이나 깁스 착용자 94%,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상이나 질병 있는 자 72%), 영유아 동반자(90%)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인식한다. 이들 좌석은 ‘사회적 약자 보호에 기여(92%)’하고, ‘일반 승객에 대한 역차별은 아니(81%)’라는 인식이다. 교통약자석 도입 취지에 크게 공감하는 가운데, 10명 중 7명 이상(74%)은 ‘교통약자석은 노인에게 우선권이 있는 좌석’이라고 생각한다. 4명 중 1명(23%)은 교통약자석은 노인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데 ‘매우 동의’한다. 법적 노인 연령은 만 65세로, 65세 이상은 85%가 교통약자석의 주 이용층을 노인 자신이라고 지목한다. 앞서 교통약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대다수는, 그리고 고령층 스스로도 교통약자석을 경로우대석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교통약자석은 노인에게 우선권이 있는 좌석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을 도입한 지 10년, 그 이상이 흘렀다.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를, 교통약자석은 교통약자를 위해 특별히 구분한 좌석이긴 하나, 사람들은 어떤 배려석이든 교통약자라면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이용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사실상 사람들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배려석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본 조사를 통해 교통약자의 어려움에 다수가 공감하고 그 어떤 좌석이라도 우선권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항간에는 배려석이 특정 성별과 세대에 대한 혐오를 유발하고, 역차별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본 조사에서 사람들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보다는 교통약자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소연 한국리서치 연구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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