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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LG 경기에서 우주소녀 여름이 '삐끼삐끼춤'을 추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맹렬했던 추위가 물러가면서 프로야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8일 올해 첫 시범경기가 열렸는데, 5개 구장에 무려 6만7,264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작년(3만6,180명)보다 86% 증가한 수치다. 작년 프로야구 1,000만 관객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프로야구 1,000만 관객에 대해 많은 분석이 있었다. 그중 핵심 요인으로 꼽힌 것이 온라인 중계권 계약이었다.

2024년 KBO는 TVING(티빙)과 새롭게 온라인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누구나 40초 미만의 영상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 사업자는 유튜브 등 SNS에 2차 창작물 게시를 금지했었다. 새로운 계약에 따라 팬들은 직접 짧은 길이 영상(쇼트폼)을 제작했다. 다양한 창작물들은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삐끼삐끼춤’이 있었다. 이 춤은 KIA 타이거즈의 응원 콘텐츠이다. 타이거즈의 투수가 삼진을 잡으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에 맞춰 치어리더들은 간단한 몸동작을 더한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팔과 몸을 결에 따라 흔드는 단순한 동작이다. 그런데 이 영상이 SNS 쇼트폼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기사화했다. “동작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소박하지만, 중독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춤 덕분에 치어리더 이주은씨는 슈퍼스타가 됐다. 그리고 대만 프로야구 응원단으로 이적했다. 계약금은 4억4,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대만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약 9,000만 원)의 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2024시즌 KBO리그 KIA 치어리더로 활동하며 '삐끼삐끼춤'으로 이름을 알린 치어리더 이주은(오른쪽)과 대만의 '푸본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조이스 첸 사장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푸본현대생명 본사에서 대만 연예 활동에 대한 전속 계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 제공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셔윈 로젠 시카고대 교수는 ‘슈퍼스타의 경제학(1981)’에서 슈퍼스타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슈퍼스타란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 많은 액수의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 혹은 그들이 종사하는 분야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같은 재능을 가져도 시장의 규모에 따라 수입이 다르다고 했다. 시장 규모는 매체의 영향이 크며, 미디어 발달이 슈퍼스타의 수입을 더욱 키운다고 했다. 다른 연구자들도 재능보다 매체를 통한 시장 규모의 확대가 소득을 증대하고 이에 따라 슈퍼스타가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KBO와 티빙의 계약이 이주은씨를 슈퍼스타로 만든 것이다. 2025 프로야구에서는 어떤 슈퍼스타가 등장할까? 프로야구 개막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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