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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한 학생이 지난달 14일 서울시내 한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궁금한 게 생기면 어디서 답을 찾으세요?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뭐든지 물어보면 10초 내 답을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요리법, 날씨, 맛집 같은 검색 기능은 물론이고, 보고서 작성과 번역 같은 업무도 가뿐합니다. 얼마 전 함께 일하던 대학생 인턴 기자가 그러더군요. 주변 많은 친구들이 챗GPT로 사주와 운세까지 본다고요.

그러나 인생서 마주친 모든 질문을 챗GPT가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인생 고민은 '○○역 맛집', '주말 나들이 장소'와 같이 간단하지 않으니까요. 취업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할 때, 가까운 사람과 이별할 때, 육아에 지칠 때, 가족이 병들고 늙는 모습을 지켜볼 때, 그 시절마다 세대를 거듭하며 품게 되는 삶의 의문은 어디서 답을, 아니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럴 때 선뜻 펼쳐볼 수 있는 게 책 아닐까요. 이번 주 신간 '시절 고민, 책으로 답하다'를 읽다 든 생각입니다. 책은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이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단행본입니다. 그동안 이 잡지와 인연을 맺은 47명의 필자가 10대부터 60대까지 시절마다 만난 자신의 '인생 책'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잡지 특성상 필진 대부분은 사서 교사들인데요, 공언된 독서가들의 애서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필자들은 존 스타인벡의 '진주'를 읽다가 "섬광처럼 '사람은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걸 알아버"린 열다섯 시절을 추억하거나, 정한아의 '달의 바다'를 읽으며 진로 고민을 하던 자신의 20대를 돌아봅니다. 환갑을 맞이한 어느 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옛날의 그 집')"는 시구를 읽으며 '나는 그럴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기도 하지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챗GPT가 내줄 수 없는 답이 책에 있다는 데 안도감을 느낍니다. 여전히 책의 자리, 인간의 자리가 있다는 생각에서요. 이번 주말엔 책 속을 헤매며 위로나 용기, 반짝이는 통찰과 재미를 찾는 데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AI로 대신할 수 없는 책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시절 고민, 책으로 답하다·고정원 외 46인 지음·학교도서관저널 발행·280쪽·1만8,000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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