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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차 바꿀 때 안 되셨나요?

현재 대세는 '하이브리드'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차(164만 6천여 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51만 2천 대로 30% 넘는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전기차는 9% 정도에 그쳤습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바꾸기엔 뭔가 불안하고, 그렇다고 내연기관차를 사자니 시대가 바뀌는 것 같고…. 고민 끝에 '하브'(하이브리드) 타시는 분들이 늘고 있는 거로 보입니다.

서울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특히 전기차는 화재 걱정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지난해 여름 인천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정체된 전기차 시장에 찬 물을 끼얹었습니다.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지하주차장 곳곳에 전기차 주차를 자제하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정말 내연기관차보다 화재에 더 취약할까요? 이차 전지·리튬 전지 전문가 3인에게 물어봤습니다.

■ 전기차, 통계적으로는 내연기관차보다 불 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불이 덜 납니다. 정훈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산술적으로만 판단해도 일반 휘발유나 디젤 차에서 불이 날 확률이 더 높다"며 "너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문제는 배터리…불 커지면 진화 어려운 이유

문제는 한 번 불이 났을 때 크게 날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룸에서 불이 시작되더라도 크게 번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이 불이 연료 탱크로 옮겨붙는다면 불이 커지겠죠. 폭발의 위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연료 탱크가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그 자체라는 것이 오기용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의 설명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었다는 것은 내연기관차에 연료 탱크에 불이 붙었다는 것과 같다"고 오 교수는 설명합니다.

지난 8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에 난 불이 번지며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또 다른 차이, '산소와 수소'입니다.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그 안에서 산소와 수소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산소와 수소는 화재의 에너지원입니다. 일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안에서 화재의 연료를 계속 제공해 주는 셈이 됩니다.

오 교수는 "어떤 이유로 '열 폭주'가 일어나면 그 안에서 스스로 산소와 수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와 완벽하게 밀폐됨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안전장치 힘쓰는 제조업체들…"너무 두려움 가질 필요는 없어"

이러한 화재 위험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배터리 내부에서 불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터리의 최소 단위인 셀과 셀 사이에 난연 물질을 삽입하거나, 화염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벤팅(venting) 구조'를 채택하기도 합니다.

이미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안전 기술을 배터리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유기수 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어떻게 (주행) 성능도 올리면서 화염이나 화재가 전이되지 않도록 배터리 팩을 구성하느냐는 것이 우수한 배터리 팩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방당국도 전기차 화재를 진화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차량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팩을 신속하게 냉각해 화재의 확산을 막거나, 불이 난 전기차에 질식소화덮개를 덮어 외부 화염을 차단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로 발생한 열을 차단하기 위한 질식소화덮개를 활용한 실험. 배터리의 열폭주를 유도한 후 질식소화덮개를 덮었다. 덮개를 덮은 후에도 배터리 온도가 낮아지지 않고 고온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제공

정훈기 연구원은 "안전 기준이 확보된 차들은 이를 많이 유지할 것"이라며 "많은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화재 이후 전기차 안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직접 나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을 인증하는 '배터리 인증제'를 실시합니다.

■ 제조사마다 설계 천차만별…주행 거리만 보지 마세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꼼꼼히 챙겨야겠죠. 특히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주행 거리와 안전장치의 관계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초창기 1세대 전기차의 최대 과제는 '주행 거리'였습니다. 한 번 충전해서 많은 거리를 가야 상용화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차량에 최대한 많은 양의 배터리를 넣어야 합니다. 당연히 안전장치를 넣을 공간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오기용 교수는 "안전성을 높이려면 배터리 중간중간에 절연 물질을 넣어야 하고, 냉각수도 더 많이 넣어야 한다"며 "냉각수를 넣으면 당연히 무게가 무거워지고 주행 거리가 떨어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기본 단위인 ‘셀’과 셀들을 이어놓은 ‘모듈’이 모여 한 팩으로 구성된다. ‘모듈’을 더 많이 넣으면 그만큼 ‘셀’을 넣을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정훈기 연구원도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배터리 셀 사이의 '격벽' 역할을 해주는 '모듈'을 뺄 수 있다며, "주행 거리와 안전성 사이에선 트레이드 오프(서로 희생하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근엔 안전성과 주행 거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유기수 교수는 "화염이나 화재가 전이되지 않도록 배터리 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이것이 우수한 배터리 팩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결국 '비용'의 문제…"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안전은 비용과도 직결됩니다.

오기용 교수는 "사실 배터리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를 설치하고 그런 것들을 사용하면 지금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드는 거는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배터리에 연기나 온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충분히 설치하면 화재 위험을 미연에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결국 경제성입니다. 중국의 BYD같이 가격이 아주 저렴한 전기차와 가격 경쟁을 하기 위해선 비용을 절감해야 합니다. 센서를 많이 넣으면 비용과 함께 차 가격도 올라갑니다. 오 교수는 "배터리 안전성이 경제성이랑 같이 물려 있다"고 설명합니다.


■ "제조업체들, 안전에 대한 요구 알게 돼"

유기수 교수는"안전에 대한 요구를 전기차 회사들도 알게 되었다"며 "안전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보편화되면 전기차는 성능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확보된 차가 됨으로써 많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량 타입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기술은 대체로 개발이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제조업체마다 안전과 주행 거리, 경제성에 대한 가중치는 다르겠죠.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성능이 좋다"는 말만 믿지 않고 배터리 안전도 꼼꼼히 따져보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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