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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선고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의 위헌·위법성이 꼽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면서 ‘경고성’ 목적을 강조했지만 이는 계엄의 위헌성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뒤 평의를 이어오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77조 1항(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의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당초 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과거 계엄과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자고 했다”며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 최후진술에서도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야당과 반국가세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며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경고성 비상계엄’이라는 개념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 자체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자백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의 목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의 존립 자체 또는 입헌 체제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 상태를 말하며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에 미치지 않은 긴급사태는 계엄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목적 자체가 모든 행정이 멈춰지고 법원도 작동이 안 될 때 할 수 없이 유일하게 군이 투입되는, 소극적 회복적 목적”이라며 “경고성·계몽 등은 말도 안 되는 표현일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모두 적극적 행위를 상정해 법을 위반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실체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였던 10월 유신보다 10개월 앞선 1971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을 제정했다. 기존 헌법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이나 계엄선포권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긴급권을 보장하는 법령이었다. 10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라는 외형을 갖춘 것이었다. 국가보위법은 1994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는 “윤 대통령은 비상사태라는 외관을 갖추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다 못해 과거 친위 쿠데타였던 유신 쿠데타를 참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호소라느니 이런 표현들은 모두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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