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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병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경남 김해시는 한림면 금곡리 일대 38.8ha 면적 산림의 모든 소나무를 베어내고 편백 등으로 바꾸는 수종 전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수종 전환사업 대상지. 사진 김해시
“소나무 재선충 방제에 매년 수십억을 쏟아붓지만, 감염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경남 김해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산림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아예 다른 나무로 바꿔 재선충 피해를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감염목 5배 폭증 김해시, 소나무 쳐낸다
김해시는 한림면 금곡리 일원 38.8㏊ 면적 산림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재선충에 감염된 것은 물론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소나무 등 2만4000그루가 모두 제거 대상이다. 소나무를 베어낸 자리엔 편백이나 가죽나무 등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는 다른 수종을 심을 계획이다. 올해 이 같은 재선충 감염목 방제 및 수종 전환 사업엔 58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김해시가 이런 작업에 나선 건 ‘소나무 불치병’으로 불리는 재선충 감염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크기 약 1㎜의 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며 수분ㆍ영양이 지나는 관을 막아 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감염되면 나무 위쪽에서부터 잎이 마르고 단풍이 든 듯 불그스름하게 변하며 가지가 아래쪽으로 처진다. 감염된 나무의 고사율은 100%다.

재선충을 확대한 모습. 재선충의 실제 크기는 약 1mm로,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을 통해 소나무 사이를 옮겨 다닌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양분이 이동하는 수관이 막혀 100% 고사한다. 사진 산림청
김해에선 2001년 6월 주촌면 양동리 소나무에서 처음으로 재선충 감염이 확인됐다. 이후 재선충 감염은 빠르게 확산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엔 감염목 수가 연간 2442그루에서 1만2019그루로 5배가량 폭증했다.



한 그루만 감염돼도 주변 세 그루 손봐야
김해시에 따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될 경우 주변 소나무 약 세 그루를 함께 훈증 등 방제 처리해야 한다. 가령 지난해 김해의 재선충 감염목은 1만2019그루였지만, 방제목 수는 3만9602그루였다. 여기엔 매년 40억~60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2001년 이후 김해 시내에서만 누적 14만 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김해시 관계자는 “재선충은 소나무에만 기생한다. 이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수종을 바꾸는 작업을 벌이는 것”이라며 “하반기엔 한림면을 포함해 생림면 등 80㏊ 면적 소나무를 다른 나무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20일이면 20만 마리… 전국이 재선충 몸살
산림청에 따르면 이처럼 가파른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세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재선충에 감염돼 말라 죽은 소나무 숫자는 2023년 37만8079그루에서 2023년 106만6067그루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11월 경남 밀양시 무안면 한 야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뉴스1

각 지자체와 산림청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확산세는 재선충의 왕성한 번식력과 온난화 현상이 맞물리며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재선충은 암수 1쌍이 20일이면 20만 마리까지 늘어날 정도로 번식 속도가 빠르다. 재선충의 크기는 1㎜ 정도로 작아 솔수염하늘소 등을 매개충을 통해 소나무 사이를 옮겨 다닌다. 고온 현상에 이들 매개충이 조기 우화(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되는 것)하면서 활동 기간이 길어져 재선충 감염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이란 추정이다.



지자체 “특별재난 지역 지정을”
제거되지 않은 재선충 감염목은 메마른 내부가 부러지며 사람ㆍ문화재 등을 다치게 하거나, 산불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뿌리가 흙을 붙잡아주는 힘이 약해진 만큼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많은 산림에선 갑작스러운 산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이에 경상남도는 지난해 10월 재선충 감염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한 데 이어 경남도의회는 지난달 소나무 재선충병을 국가 재난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7일 경북 포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방제현장 맞춤형 임업 기계장비 실연회'가 열리고 있다. 산림청이 주관한 실연회에서는 안전하고 신속한 방제가 가능한 고성능 입목 절단기인 '트리펠러'가 선보였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도 지난 11일 경남ㆍ경북권역의 재선충병 피해 심각 지역 현장점검을 시행하는 등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나무를 다른 나무로 바꾸는 수종 전환 사업을 비롯해 경북에 542억원, 경남에 342억원을 투입해 방제 등 확산 방지에도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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