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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3월 4일 자국 연구진이 초전도 양자컴퓨터 프로세서인 ‘주충즈(祖沖之) 3호’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주충즈 3호는 양자 무작위 회로 샘플링 작업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빨리 처리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이로써 중국은 AI(인공지능)에 이어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양자컴퓨팅에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을 과시했다. 주층즈 3호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중국과학기술대의 판젠웨이 원사(과학 분야 최고권위 직책). 2017년 네이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중국 양자컴퓨팅의 상징적 인물이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활동하던 그는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에 의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천인계획은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 해외 석학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2008년 시작됐다. 만 55세 이하 박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판젠웨이를 비롯, AI 관련 특허 60개를 보유한 장퉁 전 IBM연구위원, 신경과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푸무밍 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수천 명이 천인계획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왔다.

천인계획이 산업스파이 논란을 빚자 중국은 이 계획을 접었다. 대신 중국 내 과학기술 인재 1만 명을 양성한다는 ‘만인계획’을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40여 개 대학에 재정지원을 집중해 2030년 이후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지난해 과학 분야 10대 대학 가운데 2~9위가 중국 대학(네이처 발표·1위는 하버드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졸업한 저장대는 6위(서울대는 54위·KAIST는 76위)였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면서 미국 과학자들이 동요하자 중국이 발 빠르게 이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미국은 물론 일본, 한국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현 직장에서 받는 1년 연봉의 9배를 3년간 보장해 주겠다(193프로그램)’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게보면 중국이 AI와 양자컴퓨팅 등 최첨단 분야에서 깜짝놀랄만한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5년부터 추진한 ‘중국제조 2025’로 요약되듯이 정부차원의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과 함께 우수인재 양성 및 확보가 어우러진 결과다. 사회주의 특유의 강제적 자원집중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얼마 전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하면서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지금이라도 성장동력을 키우면 좋겠지만, 컨트롤타워조차 없는 상황이다보니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수한 인재들은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로만 몰리는 상황이다. 고급 AI인재 비중은 2%로 중국(47%)과 미국(18%)에 한참이나 뒤져있다(시카고대 분석). 이들마저 조건이 좋은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 분석). ‘우버’와 ‘타다’가 기득권에 가로막혀 서비스를 접는 나라이니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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