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줄탄핵’ 지적에 한층 예민해졌다. 14일 광화문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줄탄핵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허위 선동으로 윤석열의 파면을 막지 못한다”며 “22대 국회에서 비상계엄 전 가결된 탄핵은 딱 1건,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뿐이었다.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을 비롯한 나머지 탄핵은 비상계엄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을 여러 번 했지만, 비상계엄과 시차가 있어 원인 제공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견강부회에 가깝다. ‘22대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으로 조건을 제한한 것부터가 의문스럽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 총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 중 13건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21대 국회 때 11건(가결 4건·철회 6건·폐기1건), 22대 국회 때 18건(가결 9건·계류 4건·폐기 5건)이다. 전부 가결이 목표였다. 가결 안될 줄 알면서도 발의했다면 그야말로 탄핵 남발병이다.

비상계엄 이후 발의(7건)는 전체(29건)의 4분의1 이하다. 계엄 전날(지난해 12월 2일) 발의해 사흘 뒤 본회의 의결한 감사원장과 검사 3인 탄핵안을 계엄 이후로 분류해 줄탄핵이 “개뻥”(노종면 원내대변인)이라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후 탄핵이 7건에 그친 것도 “더는 안된다”는 당내 탄핵 신중론자들의 목소리에 지도부가 뒤늦게 반응한 결과였다.

여전히 원내에선 심우정 검찰총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를 ‘괘씸죄’로 줄탄핵하자는 강경론이 솟구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찬대·박성준·김용민 원내 지도부 3인 모두 심 총장을 당장 탄핵하자는 입장”이라며 “따박따박 탄핵은 어차피 정치적 의미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4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이런 분위기에서 줄탄핵을 자기부정하는 건 헌재의 ‘줄기각’에 따른 불안감 표출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날 민주당은 헌재로부터 ‘8타수 무안타’ 탄핵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헌재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검사장 등 서울중앙지검 3인에 대한 탄핵안을 8대0 전원일치로 기각하자 민주당은 “최 원장의 경우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결정했지만 명확하게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 검사 3인에 대해서도 무수한 의문과 석연치 않은 연결고리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계속 확인해나갈 것”(조승래 수석 대변인)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아직 5번의 헌재 결정이 남았고 그 중 하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에 당의 명운이 걸려있는데도 기각 결정문의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부정하며,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도 거부했다”(2월 26일, 황정아 대변인)는 말의 주어는 윤 대통령이지만, 민주당으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거야의 줄탄핵에 국회가 29번 멈췄고, 그 때마다 민생 법안 처리가 줄줄이 뒤로 밀렸다는 걸 국민은 알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 기대가 매우 높아졌다. 거기에 맞춰 낮은 자세로 책임 있게 역할과 정책 방향을 재점검하겠다”(신년 기자회견)던 이재명 대표의 약속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773 비쩍 마른 구준엽, 내내 울었다…폭우 속 故서희원 장례식 모습 랭크뉴스 2025.03.16
44772 어쩌다 일감 생겨도 몸값 싼 중국인만 찾아…"줄담배 태우다 집가죠" [르포] 랭크뉴스 2025.03.16
44771 이번엔 농약통에 사과주스 담아 뿌렸다, 백종원 또 위법 의혹 랭크뉴스 2025.03.16
44770 [단독] “헌재 정보 부족” “전원 단식하자” 초조함 묻어난 민주 의총 랭크뉴스 2025.03.16
44769 “수업 복귀자, 우리 동료 아냐”…교육부, 집단행동 강요한 건국대 의대생 수사 의뢰 랭크뉴스 2025.03.16
44768 尹석방 뒤, 조용해진 홍준표∙김문수…한동훈 엿새만에 '활동재개' 랭크뉴스 2025.03.16
44767 [현장] "다음 주말엔 집에서 편히 쉬고파"… '尹 탄핵 찬반 집회' 막판 총력전 랭크뉴스 2025.03.16
44766 '청년백수' 120만 명...'그냥 쉬는' 30대는 6개월 연속 최대치 랭크뉴스 2025.03.16
44765 ‘토허제’ 풀리자 강남 들썩… 대치동선 6억 이상 상승거래도 랭크뉴스 2025.03.16
44764 라틴계 주연 '백설공주' 실사판, 갖은 구설 속 '조용한' 시사회 랭크뉴스 2025.03.16
44763 '조물주 위에 건물주' 이젠 옛말?…손예진 '244억 강남 건물'도 텅텅 비었다는데 랭크뉴스 2025.03.16
44762 박찬대 “권성동 ‘헌재 승복’ 발언은 당연…‘헌재 파괴’ 의원 징계해야” 랭크뉴스 2025.03.16
44761 민감국가 지정, 보수 권력 핵무장론·계엄이 부른 ‘외교 대참사’ 랭크뉴스 2025.03.16
44760 페루 어부, 95일 표류 끝 극적 구조…"바퀴벌레 등 먹으며 버텨" 랭크뉴스 2025.03.16
44759 中정부 “자국 항암제, 키트루다보다 암 49% 줄여…제2의 딥시크 쇼크” 랭크뉴스 2025.03.16
44758 놀이공원 가면 '슬러시' 맨날 사줬는데…"8세 미만은 먹으면 위험" 왜? 랭크뉴스 2025.03.16
44757 SNS ‘뒷광고’ 2만2011건 적발 랭크뉴스 2025.03.16
44756 북마케도니아 나이트클럽 화재로 최소 51명 사망 랭크뉴스 2025.03.16
44755 중국산 콩으로 한국서 재배한 콩나물 원산지는…중국산? 국내산? 랭크뉴스 2025.03.16
44754 서울 은평구 증산동 다세대주택서 불…70대 주민 연기흡입 랭크뉴스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