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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고칠 것"이란 구호가 적힌 전광판.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중국인들이 마오쩌둥(毛澤東)을 떠올리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행보가 1960~70년대 마오가 일으킨 문화대혁명과 닮았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치가 일부 중국인들에게 역사적 금기를 탐구하게 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국 소셜미디어(SNS)상 트럼프에 대한 평가를 조명했다.

매체는 중국 누리꾼들이 인터넷 검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내 정치를 토론하며 중국 현대사의 암흑기인 문화대혁명을 되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 팔로워가 86만 명에 이르는 한 이용자는 “미국판 'WG'가 시작될 것인가”라고 적었다. WG는 문화대혁명의 줄여서 일컫는 ‘문혁’의 중국어 병음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중국 당국의 임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이런 식의 약어를 쓰는 것이다.

팔로워 26만 명을 가진 또 다른 이용자도 “트럼프의 새로운 정책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도덕성, 외교의 모든 기본 원칙을 빠르게 깨뜨리고 있다”며 문혁에 비유했다.

문혁은 1966년부터 10년 동안 중국 최고 지도자인 마오가 주도해 '전근대적 문화와 자본주의 타파'라는 기치를 내걸고 수백만 명을 희생시킨 사회주의 운동이다. 당시 마오는 홍위병(紅衛兵)을 통해 반대파를 핍박하고 전통문화를 파괴하며 사회를 혐오와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갔다.

중국 문화대혁명(1966~76) 당시 마오쩌둥 사상을 학습해 낡은 사상과 습관을 척결하자고 외치는 학생들. AFP=연합뉴스
트럼프 곁에서 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공무원과 예산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을 겨냥해서도 마오의 부인인 장칭(江靑·1914~1991)을 빗댄 표현까지 나왔다. 장칭은 문혁 기간 권력을 휘둘렀던 ‘4인방’ 중 하나로 중앙문혁소조를 이끌며 홍위병을 동원해 정적과 비판자들을 숙청했다. 그래서 머스크가 파견한 20대 보좌관들을 홍위병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지난 2월 15일 SNS 게시물도 화제였다. 그는 "조국을 구하는 사람은 그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는 나폴레옹의 유명한 발언을 옮긴 것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나온 지도자의 비상조치를 정당화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문혁 당시 마오가 내걸었던 “모든 반항과 반란에는 정당한 도리와 이유가 있다(造反有理)”라는 선동 구호와 일맥상통한다고 중국 네티즌은 바라봤다.

마오를 추종하는 신(新)마오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마오와 트럼프의 유사성이 인정받는 분위기다. 대표적 마오주의자인 장훙량(張宏良) 중국민족대학 교수는 “대중적 민주주의 혁명의 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갔다”며 “20세기 중국 문화혁명의 이념적 꽃이 미국에서 혁명적 열매를 풍부히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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