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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 가이던스, 콜금리 등 3개월 미만 금리 영향
6개월 이상 장기금리엔 영향 없어… “한계 드러나”
연준·ECB 등은 포워드 가이던스로 장기금리 통제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 넓혀 장기금리 조절해야”

‘한국형 점도표’로 불리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Conditional Forward Guidance)가 단기 시장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6개월 이상 장기 금리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단기 통화정책 수단으로는 제 기능을 하지만, 장기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 상황을 평가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한은이 채택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는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를 전제로 향후 3개월 이내 금리에 대한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견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도표’(dot plot·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와 유사해 ‘한국형 점도표’라고도 불린다.

포워드 가이던스, 6개월 이상 장기금리 영향력 떨어져
15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초 대전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워킹페이퍼 ‘Impacts of Conditional Forward Guidance on Interest Rates’(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가 금리에 미치는 영향)를 발표했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김 교수는 구조형 벡터자기회귀(SVAR) 모형을 통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정책 발표가 단기 및 장기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SVAR은 정책 활동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연구진은 기준금리 결정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하기 위해 정책 충격이 경제 성장률과 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한 후 금리 변화를 분석했다.

또한 연구진은 포워드 가이던스의 충격을 정량화하기 위해 한국어 일반 자연어 처리 모델인 KR-BERT를 사용했다. 먼저 통화정책방향 발표 전후의 기사를 ‘매파적’ 혹은 ‘비둘기파적’으로 분류하도록 학습시킨 뒤, 이를 토대로 매파적 발언의 비중을 나타내는 감성 지수(sentiment index)를 만들었다. 금통위가 열리기 3주 전과 1주 전, 3일 전 뉴스와 회의 직후 뉴스의 감성 지수 변화를 측정해 포워드 가이던스의 충격을 수치화했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는 콜금리, KORIBOR(은행 간 대차시장의 단기 기준금리) 3개월물, 통화안정증권(31일물),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CP(기업어음, 91일물)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작년 3월 서영경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BIS(국제결제은행, 2022) 방법론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당시 서 전 의원은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준금리 3개월 경로에 대한 예측력과 반응도를 높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한계점도 드러났다. 6개월물 이상의 장기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연준이나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장기금리를 통제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예컨대 연준이 공개하는 점도표는 향후 3개년치 금리에 대한 전망을 취합해 장기금리의 방향을 나타낸다.

김 교수는 “한은의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는 3개월 동안은 유효하지만, 그 이후의 금리 결정은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그러니 당연히 장기금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길어야 다음 달 지표가 발표되는 3개월 시계의 단기 금리까지만 영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금리 영향력 높여 금리인하 효과 유도해야”
이 같은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한계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기금리는 기준금리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기축통화국들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장기 금리 조절 수단으로 도입한다”면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가 단기물에만 영향을 줬다는 것은 한은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결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는 모든 시장 참가자에게 금리 방향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면서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해서 효과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포워드 가이던스가 추가되면서 금통위가 끝나고 시장이 방향을 잘못 잡는 빈도가 줄어든 것 같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예측 범위를 현행 3개월에서 더 확장해 장기 시장금리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대외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아 3개월 뒤 금리까지만 반영하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유용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계를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넓히면 전망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도 포워드 가이던스의 시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현재 미국과의 금리차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지속하기에는 자본 유출과 환율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면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예측 범위를 넓혀)장기적으로 금리를 낮게 가져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형성시킴으로써 장기금리를 낮추고 실제 금리인하와 같은 효과를 유도하는 게 한은에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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