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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 글·사진 채지형 여행작가

딸기 따기 체험


강원도 딸기, 큰 기온차에 당도 높아

설악산 자락 응골마을선 ‘수확 체험’

마트서 사는 값에 ‘따먹는’ 재미까지


흑임자·녹차…10가지 맛 딸기모찌

‘현지인 픽’ 딸기케이크 맛집 들르고

울산바위 경치 보며 딸기 맥주 ‘홀짝’


햇살이 따사로운 봄, 달콤한 딸기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겨울부터 조심스럽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 딸기는 3월이 되면 절정의 맛과 향을 뽐낸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날,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신선한 딸기를 한입 베어 문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상큼함이 봄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딸기 하면 논산을 먼저 떠올리지만, 강원도 속초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딸기가 주렁주렁 달린 마을이 있다. 바로 설악산 자락에 자리한 응골마을이다. 이곳에서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바닷가에서 딸기 케이크를 맛본 뒤, 딸기로 만든 수제 맥주까지 한 잔 맛본다면 완벽한 봄맞이 여행이 완성된다.

딸기 따기 인기…속초의 소박한 응골마을

속초 딸기 여행의 시작은 설악산 아래 자리한 응골마을이다. 속초 곳곳에 하루가 다르게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이 마을만큼은 고요한 자연 속에 아늑하게 안겨 있다. 마을 어디에서든 울산바위가 그림처럼 펼쳐져 마음이 편안하다.

‘응골’이라는 이름은 설악산과 청대산의 응달이 지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벼농사를 짓던 한적한 농촌이었지만, 2006년부터 딸기 농사를 시작해 현재는 속초를 대표하는 딸기 마을로 거듭났다.

응골마을에 있는 응골딸기 농장은 딸기 따기 체험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눈과 입, 코를 모두 즐겁게 하는 딸기. 딸기를 직접 따보는 체험은 그 자체로 즐거운 학습이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다. 천혜 환경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딸기라 안심하고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응골딸기의 딸기가 자라는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싱그러운 딸기 향이 달려들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딸기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작은 보석처럼 빛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조심스럽게 농장 안으로 한 걸음 다가가니, 농장 대표 채옥례씨가 다가와 딸기 따는 요령을 설명했다.

“딸기는 이렇게 살짝 돌려서 따야 해요.”

검지와 중지를 브이(V)자로 펼쳐 딸기를 가볍게 잡고 손목의 힘을 이용해 톡 따면 되는 거였다.

‘퐁, 통, 툭’ 딸기 줄기가 끊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따자마자 먼저 입으로 가져갔다. 터질 듯한 과육에서 퍼지는 달콤함에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상큼하면서도 깊은 단맛, 혀끝을 감싸는 부드러움이 행복감을 안겨줬다.

밤낮 기온 차 덕분에 당도 높은 응골딸기

“강원도 딸기는 밤과 낮의 큰 기온 차 덕분에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답니다.”

채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차가운 겨울을 견뎌내고 단단한 열매를 맺은 딸기가 새삼 경이로웠다. 딸기를 따다 보니,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벌집이 눈에 들어왔다. 벌집이 있는 이유를 여쭈니, 환하게 웃으며 “벌은 응골딸기의 또 다른 일꾼이에요. 벌이 직접 딸기꽃에서 수정시키는 자연 농법을 고집하고 있거든요”라고 답했다.

딸기 따기 체험을 하던 한 여행자는 “속초에서 딸기가 생산되는 것도 몰랐는데, 딸기가 너무 달아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딸기꽃이 이렇게 앙증맞고 예쁜 줄 처음 알았네요”라고 감탄했다. 그러곤 살짝 다가와 “마트에서 딸기 사는 비용으로 딸기 따기 체험도 하고 딸기도 가져갈 수 있어 일석이조인 것 같아요”라고 귀띔했다. 손끝으로 하나하나 부드러운 열매를 만지며 자연의 신비를 오롯이 느끼는 시간. 봄의 온기와 생명의 기운이 담긴 딸기를 맛보니, 충만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딸기모찌


딸기의 변주…딸기모찌와 딸기케이크

신나는 딸기 체험을 마친 후, 딸기의 변주를 찾아 나섰다. 딸기는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다양한 디저트로 변신하면 또 다른 미감을 선물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딸기모찌 전문점 ‘설악딸기모찌’. 하얀 찹쌀떡에 통째로 들어간 딸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 먹어보니 새콤달콤한 딸기 과즙이 사르르 퍼졌다. 쫀득한 찹쌀떡과 달곰한 앙금, 그리고 상큼한 딸기의 환상 조화라고나 할까. 팥, 흑임자, 녹차, 고구마 등 10여가지 속을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해양심층수와 속초에서 자란 딸기를 주로 사용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 바닷가로 향할 차례. 속초 북쪽 끝에 자리한 장사항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름다운 곳이다.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배들, 갯바위 위에서 한가로이 앉아 있는 사람들, 모래사장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까지. 봄날의 여유가 가득한 풍경 속에서 다시 한번 딸기를 떠올렸다.

딸기케이크


장사항에는 딸기케이크가 명물인 카페 ‘어나더블루’가 있다. 딸기케이크를 만드는 카페가 수도 없이 많지만, 속초 현지인들은 이곳의 딸기케이크를 고집한다. 먹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드러운 크림과 촉촉한 시트, 상큼한 딸기가 어우러져 황홀한 맛을 만들어냈다. 크림 사이사이 신선한 딸기가 숨어 있는 케이크는 마치 흰 구름 위에 핀 꽃처럼 아름다웠다. 여기에 커피 한 모금을 곁들이니 딸기의 단맛이 더욱 깊게 스며들었다. 바닷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달달한 봄의 맛 덕분에 한층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딸기로 만든 독창적인 맥주, 스트로베리 에일

속초 딸기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몽트비어’였다. 설악산 앞에 자리한 이곳은 홈 브루잉(자가 맥주 제조)을 하던 사람들이 만든 수제 맥주 양조장 겸 펍이다. 2층 바에서 밖을 내다보면 웅장한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는 필 바이젠이지만, 이번엔 딸기 맥주인 ‘스트로베리 에일’을 주문했다. 옅은 분홍빛을 띤 스트로베리 에일은 눈부터 즐겁게 했다.

스트로베리 에일


거품이 사라질까 냉큼 한 모금 마셨더니, 딸기향이 입안 가득 은은하게 퍼졌다. 생각보다 달지 않아 좋았다. 딸기로 맥주를 만든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었다. 스트로베리 에일의 알코올 도수는 5%.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깔끔하게 마신 후, 나도 모르게 ‘한 잔 더’를 외쳤다.

봄 속초 여행은 딸기와 함께 흘러갔다. 상큼한 한 입, 달콤한 한 모금, 그리고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한 여행. 입안 가득 퍼지는 딸기 향기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TIP

딸기 따기 체험체험을 위해서는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딸기 체험 비용은 시기에 따라 달라, 가기 전 확인이 필요하다. 일정 체험비를 내고 딸기를 딴 후, 500g 크기의 용기에 직접 딴 딸기를 가져간다. 응골딸기(010-6371-4553) 외에 응골딸기LAB(0507-1409-3428), 소야으뜸딸기(0507-1349-2464)에서 딸기 체험이 가능하다.

척산온천휴양촌 응골마을 근처에 척산온천휴양촌(033-636-4000)이 있다. 척산온천휴양촌은 53도 온천수가 용출되는 천연온천을 보유한 곳으로, 1985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여행지다.

함께 가볼 만한 곳 설악산국립공원과 청초호와 영랑호, 동해바다가 응골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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