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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거목들 설교 찾아보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국민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선고 이후 한쪽은 기뻐하고 다른 한쪽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민을 가겠다”거나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갈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쿠키뉴스와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선 탄핵 찬성 53% 반대 43%(반올림)로 의견이 맞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선 지난해 우리 사회 갈등 수준이 4점 만점에 3.04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신앙인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독교인이라면 일의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인정하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 분노보다 온유함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고 조언한다.

이런 모습은 한국교회 전성기를 이끈 거목들의 생전 설교에서도 발견된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한 김준곤(1925~2009) 목사는 1965년 8월 25일 설교에서 “자기 정의(正義)에 대해 겸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스스로 옹호하는 당파적 입장이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왜곡과 악용, 심한 어조, 날카롭고 폭탄적인 말,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선동’을 특히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서울 영락교회를 담임한 한경직(1902~2000) 목사는 1957년 1월 25일 ‘그리스도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예수께서는 욕을 받으시되 욕하지 않으시고 고난을 받으시되 위협하지 않으셨다”며 “그리스도의 온유와 관용을 본받으라”고 주문했다.

서울 사랑의교회 초대 담임인 옥한흠(1938~2010) 목사는 “이해되지 않는 고통 속에서 씨름하고 있다면 어떤 형편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기다려야 한다”며 “저녁에 울음이 있다고 해서 그다음 날에 울음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온누리교회를 개척한 하용조(1946~2011) 목사는 “온유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의 거룩한 모습을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며 “온유한 사람은 남을 비판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끈 조용기(1936~2021) 목사는 1980년 5월 25일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라는 제목의 주일설교에서 ‘마음의 풍파를 잠재우시는 예수님의 능력’을 강조했다. 조 목사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성화(聖化)’와 맞닿아 있다. 성화는 신앙인의 삶이 점점 더 하나님을 닮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은 장로교의 표준문서로 꼽히는 1647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 “성령의 역사로 인해 신자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죄에 대해 점차 죽고 의에 대해 점차 살아나는 과정에서 온유와 겸허함이 필연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성화를 설명했다.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 역시 “성화는 구원의 완성으로 가는 길”이라며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온전한 순종과 온유함이 신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가르쳤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독교인이 온유함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곧 신앙인의 본질적 변화의 증거이기 때문”이라며 “신앙의 선배들이 살았던 과거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민주화 시기에도 지금 이상으로 대립이 심각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분노보다 온유함이 필요한 시기”라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현재의 위기 속에서 취해야 할 태도다. 온유함은 약함이 아니라 진정한 강함”이라고 역설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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