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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이 오늘로 92일째를 맞았다. 오늘은 선고가 없어, 사건 접수 92일째에 선고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64일째에 선고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보다 더 긴 ‘역대 최장 대통령 탄핵심판’ 기록을 세우게 됐다.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변론을 종결한 지도 17일이 지났다. 역시 역대 최장(最長)이다. 변론종결 직후부터 빠른 선고를 예상한 목소리도 있었지만, 헌재는 오랜 시간 숙고(熟考)를 택했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최우선 심리한다’는 원칙은 유지했지만, 다른 사건도 병행 심리하면서 일부 권한쟁의‧탄핵 사건 선고를 먼저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총 4건의 탄핵 사건 선고가 끝났다. 이제 변론을 종결한 탄핵 사건 중에선 이제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건만 남았다.



‘4월 18일’ 데드라인… 尹 선고 3월 중 가능할까
14일 헌재 주변에 철조망이 설치됐다. 최기웅 기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다음달 18일 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를 고려할 때 ‘3월을 넘기지 않고 대통령 탄핵 사건을 선고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재판관 여러 명이 퇴임하고 새 재판관이 취임해 새롭게 사건을 맡을 때까지의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관 퇴임 직전 그간 진행하던 사건들을 일정 부분 정리하고 선고한 뒤 떠난 게 전례다. 더군다나 지난해 ‘6인 재판관’으로 3달간 사건 선고를 못한 만큼 이번에도 두 재판관 퇴임 전 3월말 내지 4월 초 통상 사건 선고 기일도 한 차례 열 것이는 예상도 나온다. 물리적으로 대통령 탄핵 사건은 3월 내에 끝내야 다른 밀린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이 확보될 거란 계산이다.

특히 13일 이후 헌재 주변 경찰 경비가 강화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어떤 결정도 수용해야 하고 불법 폭력 행위는 관용 않겠다”며 선고를 전제로 한 발언을 하는 등 ‘탄핵 선고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다. 탄핵 찬성·반대 양측 모두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헌재가 당사자 기일 통지 없이 선고해버릴 수도 있다’ ‘17일 11시 선고한다는 속보’등 선고기일과 관련한 각종 허위 정보도 횡행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사건은 화요일에 ‘금요일 선고’를 공지했고,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수요일에 ‘금요일 선고’를 공지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다음주 윤 대통령 사건 선고를 진행한다면 금요일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당장 14일까지 선고기일 공지가 없어 16일 월요일 선고 가능성은 사라졌고, 화요일인 18일엔 오후 2시 박성재 법무부장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일단 경찰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대비해 헌재 인근 철통방어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1월 윤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에 벌어진 서부지법 난동사태 이후 또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경찰은 선고 당일 전국에 최고 단계 비상근무체제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헌재 시설 보호와 헌법재판관 안전 확보 등을 위해 경찰특공대를 비롯한 전문 경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막바지 정리 공들이는 헌재… 韓 선고도 같이?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탄핵심판 초기엔 ‘앞선 두 대통령 탄핵 사건보다 쟁점이 좁고 탄핵소추사유가 명확하다’며 신속하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고, 헌재도 주 2회 심리를 진행하며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변론종결 후 그간의 진행속도보다 더뎌보이는 데 대해선 “결정문 작성에 공을 들이는 것”(헌법연구관 출신 교수)이란 분석이 나온다. 변론 종결 후에도 윤 대통령 측에서 계속해서 절차적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결정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고려하고 결정문에 담아야 할 내용이 늘어났을 수 있단 취지다. 초기엔 ‘재판관 만장일치 결론을 내려고 하는데, 어려운 것 아니냐’하는 시선과 함께 반대·별개 의견 및 추가 반박의견 등을 써가며 토론이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13일 선고한 두 탄핵사건에서 ‘재판관 8인 만장일치’ 결론을 내리며 이같은 예상은 다소 줄어들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 사건을 같은 날 선고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총리의 사건도 쟁점이 많지 않아 이미 검토가 끝났을 것인데, 대통령 탄핵 사건 결과에 대한 예단을 피하기 위해 같은 날 선고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헌재 파견법관 경험 부장판사)는 이유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사건에서 ‘인용’ 결정이 난다면 국정을 운영할 2인자의 지위를 확정짓기 위해 더더욱 연달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오류 없이 막바지 검수하기에도 빠듯할 텐데, 결정문 두 개를 확정짓는 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동시 선고는 어려울 것”(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이란 의견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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