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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이 거의 종착역에 다다랐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4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 온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44%를 주장해오다 국민의힘 주장(43%)을 받아들였다. 이어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환영한다"고 맞장구쳤다. 이대로 가면 여야는 보험료를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최종 합의하게 된다. 정부도 호응했다.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관련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소득대체율 1%p를 두고 1년 넘게 줄다리기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다음 주 복지위를 열어 (합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고려하면 이르면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논의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자동조정장치(인구·수명에 맞춰 연금액을 조정) 같은 좀 더 굵은 사안은 앞으로 국회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합의에 이르면 연금개혁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고, 보험료 인상은 98년 이후 27년 만이다. 합의안이 나오면 2026~2034년 매년 보험료가 0.5%p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내년에 43%로 오른다.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출산·군복무 크레디트(가입기간 추가 인정) 확대 등도 내년에 시행하게 된다.
박경민 기자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춰진다. 당해 연도 적자 발생 시기는 2041년에서 2048년으로 늦춰진다. 기금 소진 후 연금 지급액을 그때그때 보험료로 충당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보험료가 최고 37.5%이지만 합의안 대로는 31.9%로 낮아진다. 또 70년 후 누적 적자가 4321조원 줄어든다. 기금운용 수익률 목표를 5.5%(지금은 4.5%)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71년으로 늦춰진다.

이번 개혁이 2007년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개혁 때는 기금 고갈을 14년 늦췄고, 그 덕분에 10년가량 개혁 주장이 나오지 않았다. 선진국의 연금개혁은 '70년 튼튼' 제도에 맞춰 있다. 이 기준대로 하면 우리는 당장 보험료를 9%에서 19.7%(소득대체율은 그대로)로 올려야 한다. 그런데 보험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기 힘들다. 지금 보험료에도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정협의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금 논의대로 합의하면 재정 효과가 없는데, 개혁이라 할 수 있느냐"며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반드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산소호흡기라도 달아야 한다. 안 그러면 재앙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연금연구회(연금연구자 모임) 자료에 따르면 지금처럼 가면 미적립부채(줄 돈-들어오거나 가진 돈)가 2050년 6332조원(올해 2060조원)이다. 여야 논의 안 대로 하면 6159조원으로 약간 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민 기자
그러나 이번 개혁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 평균액은 65만원이다.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상당히 약한 편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노동계는 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고, 재정 안정을 우선하자는 측과 10년가량 맞서왔다. 하도 갈등이 심해 지난해 초에는 연금특위가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이견 해소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에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자는 소득 보장론 지지가 더 많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는 모수개혁 합의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처음에는 50%를 들고나오다 45%로 내렸고 이번에 43%로 낮췄다. 공론화위원장을 지낸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세계 연금개혁 역사를 보면 한방에 개혁한 전례가 없다. 조금씩 나아간다. 그래서 합의안을 보면 소수점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의 소득대체율 43% 주장과 민주당의 44%의 중간인 43.5%에서 합의하면 된다고 권고해 왔다. 김 교수는 "이번 모수개혁을 하고 다음에 구조개혁 같은 걸 하면 된다"고 말한다.

여야 합의 직전 안(보험료 13%-소득대체율 43%)대로 가면 보험료를 2.5%p 올리는 효과가 난다. 소득대체율을 3%p 올리는 데 들어가는 보험료가 1.5%p이다. 이만큼 보험료 인상 효과가 상쇄된다.
박경민 기자

정치 상황도 결코 연금개혁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르면 내주 말께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날 경우, 이후에는 대선 국면으로 바로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모든 이슈가 대선에 빨려 들어가 버린다. 또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올해 하반기부터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면 2028년 제6차 재정계산(환경 변화를 고려해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 으로 밀릴 게 뻔하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제4차 재정재계산 때 개혁을 거들떠보지 않는 바람에 7년 동안 부채가 224조원 더 늘었는데, 그게 더 커지게 된다.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3%'를 시행해도 연금액이 당장 오르지 않는다.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20,30, 40년 후 나타난다. 현재 노인 빈곤 해소에는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의 50대도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다만 20,30대는 다소 덕을 볼 수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월 309만원) 구간의 직장인이 내년부터 40년 가입할 경우 첫 연금액이 월 9만2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가입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실제 증가액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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