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3일 밤 일본 언론은 “지난 3일 이시바 총리의 비서가 (지난해 10월) 중의원선거에서 첫 당선된 의원 15명에게 10만 엔(약 98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나눠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첫 보도가 나온 지 약 3시간 뒤인 13일 오후 11시 20분쯤 총리공저(일본 총리 숙소)에서 기자단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3일 (초선 의원들과의) 회식에 앞서 참석 의원들의 사무소에 상품권을 전달했다”며 “회식 선물 대신에 (의원들의) 가족에 대한 위로의 의미로 사비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 21조는 개인이 정치활동과 관련해 정치인 개인에게 금품 등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는 “정치활동과 관련한 기부가 아니다”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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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우파 의원들, 퇴진 요구
이시바 총리가 상품권을 나눠준 사실을 인정하자 자민당 내에서도 14일 “이시바 총리는 ‘정치와 돈’의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하던 유형의 사람이다. 2025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퇴진하는 것이 옳다“(니시다 쇼지 참의원 의원), “스스로 진퇴를 포함해 결정해야만 한다”(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 의원) 등 퇴진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니시다, 아오야마 의원은 모두 자민당 내 우파다. 이들이 이시바 총리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는 것은 이시바 총리가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말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일개 의원이었던 이시바 총리는 강하게 책임을 물었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청렴한 이미지의 이시바 총리가 ‘선거의 얼굴’로 뽑혔다. 그런 만큼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 이번 상품권 사태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일례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선택적 부부 별성제’(현재 일본 민법은 부부 동성을 규정해 기혼 여성 중 약 95%가 남편의 성을 따름) 도입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당내 우파 의원들은 “가족의 일체감이 사라진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이슈다.
이시바 총리의 정책 판단 미스도 리더십 약화의 빌미가 됐다. 최근 중의원에서 고액 요양비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는데, 이시바 총리가 부담금 인상을 보류하는 등 이례적으로 정책을 전환해버렸다.
이런 일관성 없는 모습으로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오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로부터 “참의원 선거 전에 총재를 교체해야만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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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고통받는 국민 감각과 괴리”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상품권 배포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지는 몰라도 도의적인 문제가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감각과 괴리된 ‘나가타초(永田町·일본 정치의 중심지로 한국의 여의도에 해당)의 선물문화’가 드러나 정권에 대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액 요양비 문제와 마찬가지로 상품권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생기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가능성은 작지만, 2025년도 예산안 통과(3월 말~4월) 이후 총리가 사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결국 퇴진으로 몰린 사례는 적지 않다. 2020년 9월 아베 전 총리가 퇴진할 때도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역대 총리들처럼 ‘벚꽃 보는 모임’을 주최하면서 자신의 후원회 관계자들을 다수 초청한 데다, 참석자들에게 고급 호텔 음식까지 제공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안이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정권 붕괴의 결정타가 됐다.
만약 이시바 총리가 사퇴를 밝혀 자민당 총재선거가 실시되면 누가 나설까. 당내 우파는 지난해 9월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까지 치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우파 색이 강한 다카이치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당내 지지가 넓진 않다.
다른 후보로는 옛 기시다파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거론되지만, 기시다와 이시바 양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하야시도 정치자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참의원을 오래 역임한 탓에 중의원 내 존재감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이시바 총리가 연임하며 여론 동향을 지켜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이시바 총리는 보도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은 없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국이 단숨에 긴박해진 모습이다.
이시바 총리는 첫 보도가 나온 지 약 3시간 뒤인 13일 오후 11시 20분쯤 총리공저(일본 총리 숙소)에서 기자단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3일 (초선 의원들과의) 회식에 앞서 참석 의원들의 사무소에 상품권을 전달했다”며 “회식 선물 대신에 (의원들의) 가족에 대한 위로의 의미로 사비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 21조는 개인이 정치활동과 관련해 정치인 개인에게 금품 등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는 “정치활동과 관련한 기부가 아니다”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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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우파 의원들, 퇴진 요구
이시바 총리가 상품권을 나눠준 사실을 인정하자 자민당 내에서도 14일 “이시바 총리는 ‘정치와 돈’의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하던 유형의 사람이다. 2025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퇴진하는 것이 옳다“(니시다 쇼지 참의원 의원), “스스로 진퇴를 포함해 결정해야만 한다”(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 의원) 등 퇴진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니시다, 아오야마 의원은 모두 자민당 내 우파다. 이들이 이시바 총리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는 것은 이시바 총리가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말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일개 의원이었던 이시바 총리는 강하게 책임을 물었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청렴한 이미지의 이시바 총리가 ‘선거의 얼굴’로 뽑혔다. 그런 만큼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 이번 상품권 사태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20년 8월 2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는 이날 "지병이 재발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일본사회에서 민감한 정책 때문에 이미 당내 우파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과거사나 젠더 문제 등에 대해서 당내에서 비교적 중도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선택적 부부 별성제’(현재 일본 민법은 부부 동성을 규정해 기혼 여성 중 약 95%가 남편의 성을 따름) 도입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당내 우파 의원들은 “가족의 일체감이 사라진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이슈다.
이시바 총리의 정책 판단 미스도 리더십 약화의 빌미가 됐다. 최근 중의원에서 고액 요양비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는데, 이시바 총리가 부담금 인상을 보류하는 등 이례적으로 정책을 전환해버렸다.
이런 일관성 없는 모습으로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오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로부터 “참의원 선거 전에 총재를 교체해야만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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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고통받는 국민 감각과 괴리”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상품권 배포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지는 몰라도 도의적인 문제가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감각과 괴리된 ‘나가타초(永田町·일본 정치의 중심지로 한국의 여의도에 해당)의 선물문화’가 드러나 정권에 대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액 요양비 문제와 마찬가지로 상품권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생기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가능성은 작지만, 2025년도 예산안 통과(3월 말~4월) 이후 총리가 사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결국 퇴진으로 몰린 사례는 적지 않다. 2020년 9월 아베 전 총리가 퇴진할 때도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역대 총리들처럼 ‘벚꽃 보는 모임’을 주최하면서 자신의 후원회 관계자들을 다수 초청한 데다, 참석자들에게 고급 호텔 음식까지 제공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안이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정권 붕괴의 결정타가 됐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지난해11월 11일 중의원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나카키타 교수는 “비서나 다른 의원이 아닌 총리 본인의 문제가 불거지면 총리 자신의 심적 부담이 크다”며 이시바 총리의 인내심과 총리관저의 위기관리 능력이 앞으로 이시바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짚었다.
만약 이시바 총리가 사퇴를 밝혀 자민당 총재선거가 실시되면 누가 나설까. 당내 우파는 지난해 9월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까지 치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우파 색이 강한 다카이치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당내 지지가 넓진 않다.
다른 후보로는 옛 기시다파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거론되지만, 기시다와 이시바 양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하야시도 정치자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참의원을 오래 역임한 탓에 중의원 내 존재감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이시바 총리가 연임하며 여론 동향을 지켜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