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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A3-’에 회생 신청한 홈플러스
단기자금 이슈 있을까 우려됐다고 설명
신영 “두산중공업, A3-때도 3조원 가까이 끌어모아”
금리 오르지만 신용 등급과 자금 조달 상관성 낮아

신영증권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논리에 대해 비판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로, 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와 비슷한 신용등급 강등을 겪은 타 기업의 사례를 들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는 이상, 홈플러스는 채무 상환 의무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는 것이 신영증권 측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단기채의 사기성 발행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영증권 외경/뉴스1

14일 신영증권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A3에서 A3-로 변경됐다. A3-는 투기 등급의 바로 위 단계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단기물을 조달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진 못했다.

신용등급 하향 직전인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두산중공업은 단기물을 발행해 2조9379억원을 조달했는데, 하향 직후인 2020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조8408억원을 끌어모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SM그룹의 해운 부문 계열사인 대한해운도 마찬가지다. 2018년 7월 대한해운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떨어졌는데 그달부터 A3로 신용등급이 복구되기 전인 2021년 6월까지 1조2080억원어치의 단기물을 찍었다. 대한해운이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직전 1년간 2940억원어치를 발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이 A3일 때나 A3-일 때나 조달한 자금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륜E&S(옛 한진도시가스)도 2013년부터 2018년까지 A1에서 A3+로 떨어졌는데, A1이던 2013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600억원어치의 단기물을 발행했고 A3+까지 떨어지고 나서는 1조4231억원어치를 조달했다.

신영증권은 이 같은 자료를 기초로 국회를 찾아 신용등급과 시장의 수요는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는 데에는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금리가 오른다. 높은 이자를 내면서 버티느니 회생을 신청해 재무 부담을 떨어내겠다는 게 MBK파트너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문제 제기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생 신청이라는 건 회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안 될 때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이라며 “‘선제적’ 회생 신청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다”고 평했다.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인 회생 신청이라는 걸 용인한다면, 신용등급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다.

김광일 홈플러스 부회장(왼쪽)과 조주연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영증권이 이렇게까지 MBK파트너스와 각을 세우는 건 홈플러스 사태로 ‘제대로’ 엮이면서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주관사인데,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절차 신청의 단초가 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알고도 신영증권을 통해 ABSTB 8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는 의혹이 번졌다. 기업회생절차를 계획했으면서 채권을 발행하면 사기 발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2013년 동양 사태도 유사한 이유로 경영진이 징역형을 받았다.

이날 홈플러스 임원진들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BSTB 발행 전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예비 통보를 받고 다음 날인 26일 재심사를 요청했다”며 “매입채무 유동화는 실질적으로 24일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 신용등급 하락과 관계없이 발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신영증권은 MBK파트너스와 선을 그으며 홈플러스를 사기죄 혐의로 형사고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향 인지 시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날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를 상대로 검사에 착수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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