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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부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어, 의도와 배경을 두고 궁금증과 우려 섞인 해석들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재구축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확실히 그(김정은)는 뉴클리어 파워다”라고 말했다.

또 첫 임기 때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 만약 내가 당선되지 않고 (2016년 대선에 출마했던) 힐러리(클린턴)가 (백악관에) 들어갔다면 여러분은 북한과 핵전쟁을 해 수백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언급도 했다. 과거 미국-소련 간 핵 군축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 인도나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라고 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의 업적으로 강조하며,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정상간 톱다운 형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지칭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부른 바 있다. ‘뉴클리어 파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공인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은 아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라는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 속에서도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뉴클리어 파워’란 표현을 거듭 사용하면서, 이날 백악관에선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명시한 것과 같은 차원이다. 지난달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성명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며,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 등으로 지칭할 때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는 해명이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선, 북·미 대화 추진에 앞서 나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와는 결이 다른 미국 관료기구 사이의 미묘한 차이와 역할 분담이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보유를 헌법에 반영하는 등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뉴클리어 파워’란 표현을 통해 대화 신호를 보내고,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비핵화’ 목표를 강조하며 한국 등 관련국들을 안심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또 외교 전문가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이란 개념을 엄밀하게 사용하지는 않아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일 뿐이란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문제를 비롯한 국내외 사안에서 현실과는 다른 내용을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으로 “한국은 올림픽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전에는) 핵 공격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표를 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북한 김정은을) 만났고 올림픽이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것이 트럼프 정부의 훌륭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올림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칭하는 것인데,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에 개최됐고 1차 북미정상회담은 그해 6월에 열렸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현실과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이 반복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재개할 때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보다는 업적을 만들기 위해 북한 핵 능력의 일부만 감축하는 합의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최우선 순위는 ‘우크라이나 정전’인 까닭에 북미협상이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있지 않은 듯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지렛대 삼아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 재개를 압박하고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외교부 쪽에서는 “타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이끌어 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동성명 등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는 또 “다수의 안보리 결의로 확인되었듯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국제 사회의 일치된 목표이며, 한·미는 이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적극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을 향해서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멈추고 한·미의 제안에 호응하여 대화에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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