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2024.11.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 기사는 2025년 3월 14일 17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영풍-MBK파트너스와 갈등 중인 최윤범 회장 측이 또 다시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1월 최 회장 측이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이용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것이 공정거래법에 대한 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이 호주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과 고려아연 간 상호주 구조를 만들자 공정위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을 SMH가 현물배당받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공정위에서 고려아연 측의 의도와 이 같은 행위의 근거 등을 파악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22일 고려아연의 호주 소재 손자회사 SMC는 영풍 지분 10.33%를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최 회장 측 계열사)로부터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영풍은 이미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들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SMC가 영풍 주식을 사자, SMC의 궁극적 지배회사 고려아연이 영풍 지분을 간접적으로 취득하는 효과가 발생했고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즉시 제한했다. 두 주식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경우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을 이용한 것이다.
MBK-영풍은 즉각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주식회사’ 간 상호 출자만을 규제하기 떄문에 유한회사인 SMC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또 다시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추진하고 나섰다.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SMH에 현물배당한 것이다. 기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구조가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의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로써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으니 영풍의 의결권은 여전히 제한된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이 만들었던 상호주 관계는 이미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MBK-영풍이 최 회장 측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주장하며 고발했고, 이에 공정위가 한 달 만인 지난 11일 ‘고려아연의 탈법 행위 관련 심사 절차 개시’를 통보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를 할 경우 징역이나 벌금형을 부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주식을 갖고 있는 영풍의 주식을 SMC의 명의를 이용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했기 때문에, 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이미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또 다시 순환출자 구조를 인위적으로 형성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무모한 행위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보통 탈법 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다음에나 그런(탈법으로 의심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공정위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이 공정위의 판단 여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불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SMH를 통한 또 다른 상호주 구조 형성은) 추가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고된 내용에 대해 양 당사자의 의견 자료를 모두 제출 받고 있으며, 재무제표 등을 들여다본 뒤 사실관계에 근거해 조사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