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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신도 수만 1000명이 넘는 경남 창원의 한 대형 교회 담임 목사가 교회 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교회는 해당 교파에선 경남을 대표하는 교회여서 지역 종교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횡령액 20억 달해”…담임목사, 특경법 피소
14일 교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비대위 소속 교회 장로 등 5명은 올해 초 담임목사 A씨(50대)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교인들이 형성한 교회 재산을 관리하는 A목사가 교회 통장에서 임의로 돈을 출금하는 등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다수 발견했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는 지난해 4월 교회 특별감사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파악했다고 했다. 특별감사자로 임명된 교인 4명이 2021년 1월~2024년 4월까지 약 3년 4개월 동안 회계장부와 교회 명의 통장을 대조한 결과, 지출결의서가 없거나 목적·사용처가 불분명한 곳에 교회 자금이 다수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통장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무단으로 돈이 인출된 경우도 잦았던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

현재까지 비대위가 추정하는 횡령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이 교회 1년치 예산과 같다고 한다.



자녀 다니는 학교 이사장에게 2억 송금
이 중 비대위는 A목사가 자녀 학업과 관련해 교회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흔적도 발견했다. 자녀의 해외 유학 보증을 위해 자기 통장에 1억원을 보낸 계좌 내역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자녀가 다니는 국제학교 이사장에게 2억원을 송금한 기록도 비대위는 확인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사장에게 돈을 보낸 이유를 목사한테 물으니 (A목사는) '학교가 세금 관계로 어렵다고 해서 잠시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경남 창원시 경남경찰청 청사 전경. 사진 경남경찰청
게다가 장부에는 장학금 명목으로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20만원까지 총 2700여만원을 특정 재단에 지원한 것으로 정리돼 있었지만, 정작 이 돈을 받은 학생은 없었다는 게 비대위 설명이다. 특히 비대위는 교회에서 캄보디아 선교비 명목으로 약 14억원이 지출했지만, 제대로 쓰였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증명할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어서다.

비대위 관계자는 “해외 선교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3만6000평 정도 땅을 샀는데, 재산 정리가 하나도 안 돼 있었다”며 “(A목사에게) 토지 매매 금액이 기록된 계약서를 달라고 해도 주질 않았다”고 했다.



“반년 가까이 해명 요구…답 없어 고소”
특별감사에 참여했던 교회 관계자는 “A목사에게 교회 규정에 맞지 않게 무단 입출금된 내용들을 확인하려고 지난해 8월 질문서를 보내고 답변서 제출을 거듭 요청하는 등 해명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비대위는 “교회를 바로잡기 위해 A목사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이 A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문화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A목사는 비대위 등 교회 측에 개인 용도로 일부 돈을 쓴 뒤 다시 통장에 넣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소인들 조사를 진행한 뒤, A목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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