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탄핵 선고 대비 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선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소요 사태 예방에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헌재는 아직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공표하지 않았으나 공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탄핵선고일 대비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 선고일을 전후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청은 선고 전날 서울경찰청 ‘을호비상’을 통해 전국에 비상근무를 발령한다. 선고 당일에는 전국 관서에 ‘갑호비상’을 발령할 예정이다.
갑호비상이 발효하면 경찰관들의 연가 사용이 중지되고 가용경력 100%를 비상근무에 동원할 수 있다. 지휘관과 참모도 원칙적으로 사무실이나 상황과 관련한 현장에 있어야 한다. 을호비상은 갑호비상 다음 단계의 비상 근무다. 가용 경찰력의 50%까지 동원할 수 있으며, 지휘관·참모는 지휘선상에 위치해야 하고 비상연락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을호비상 아래로는 ▲병호비상 ▲경계 강화 ▲작전준비태세 등의 비상단계가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전국에 기동대 337개 부대와 소속 경력(警力) 2만여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동대는 과격·폭력시위에 대비해 신체보호복을 착용하고 캡사이신 등 이격용 분사기 등 경찰 장비도 휴대한다. 기동대 외에도 기동순찰대나 형사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한다.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기동대와 안전펜스 등을 집중 배치한다. 헌법재판관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전담 경호대와 형사, 경찰특공대도 배치할 예정이다. 국회·법원·수사기관 등 국가 주요 기관이나 언론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를 포함한 전국 시·도 당사 등에도 기동대가 배치된다.
경찰은 또 서울 도심권 일대를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 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한다. 권역별로는 서울 경찰서장이 ‘지역장’으로 투입되고, 기동순찰대·112지역경찰·형사·교통경찰 등 1300여명이 투입된다.
선고 전일 0시부터 선고일 3일 후 정오까지는 경찰관서에 보관 중인 민간 소유 총기 8만6811정이 반출 금지된다. 선고일 전후 헌재 일대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드론 비행을 제한한다. 드론 불법 비행 시에는 전파 차단기 등을 통해 현장에서 포획하고 조종자는 처벌한다. 드론을 통한 테러 등 만약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지자체·소방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히 협조해 구급차 배치, 지하철 무정차 운행 등의 조처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이 직무대행은 “시설 파괴, 경찰관 폭행 등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서울서부지법과 같은 불법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빈틈없이 대비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도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의 조치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했다.
이 직무대행은 상황점검회의 후 헌재 일대를 방문해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현장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