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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재구축 의지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
북한과 협상에서 핵군축 다룰 가능성 시사
실현 가능하고 단기적 성과에 중점 둘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드러내면서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로 두면서, 핵군축 협상을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방안을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관계를 재구축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도 했다. 재차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며 김 위원장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를 핵보유국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5개 공인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른 개념이다. NPT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를 가리킬 때 언론 등에서 사용하는 비공식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과거 미국과 소련의 핵군축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핵군축을 올릴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이 협상 전부터 비핵화를 포기한 듯한 태도를 보이면, 북한과 실제 협상에서 사용할 카드가 줄어들게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협상의 출발점은 비핵화로 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합의문에도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 내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 과제로 유지하면서, 임기 내 실현 가능한 핵군축 협상 타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여기에 탑재 가능한 핵탄두 등을 동결·감축하는 선에서 북한과 거래를 성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트럼프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진행 등을 고리로 미국을 비판하는 논평이나 담화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면서, 향후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협상이 결렬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중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과거 협상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북·미 사이의 탐색전이 지속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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