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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최 대행은 이날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또다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최 대행은 14일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8번째 거부권 행사다.

최 대행은 앞서 내란 특검법 및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법안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다만, 검찰을 향해서도 “수사 상황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명운을 걸고 어떠한 성역도 없이 관련 의혹을 신속하게 공정하게 수사해달라”고 촉구한 게 그때와 다른 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정부가 공개적으로 검찰의 주요 수사에 우려를 표한 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이 각종 의혹으로 연루된 이 사건에 대해 여당이 명태균씨를 “천하의 허풍쟁이”“사기꾼”이라며 폄훼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명운’ 등의 단어 사용은 주목받았다.

정부 내에선 최 대행이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검법을 거부하면서도, 높은 찬성 여론과 야당의 비난을 의식해 선택한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회 추천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하고, 여전히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보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야 사이 균형점 찾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11월 8일 창원지검 조사를 마친 뒤 나오던 모습. 현재 명씨는 구속 상태다. 연합뉴스
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 거부 이유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적법절차 원칙 ▶권력분립 원칙 위배 등을 들었다. 수사 범위가 2021년~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국민의힘 경선 및 선거와 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등으로 너무 넓어 명확성과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고, 수사가 시작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특검법 조항은 전례가 없어 적법절차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자동 임명되는 임명 간주조항은 행정부의 인사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도 위반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을 확보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인 점도 거부의 이유로 들었다. 최 대행은 정당성과 명분을 더하려 지난 11일 국무회의 전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의견도 수렴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여당 내부에선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명태균 특검법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선용 특검법’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최 대행을 부총리라 부르며 "헌법을 위반한 죗값을 치를 것"이라 말했다. 뉴스1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중인 최 대행이 명태균 특검법까지 거부하자 야당은 격앙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대행을 권한대행이 아닌 부총리라 호명하며 “최 부총리가 내란 공범임을 인정한 것으로, 헌재 결정에도 위헌·위법한 행위를 일삼고 내란 수사를 방해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어 대권 주자로 나서는 허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명태균 특검법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요소가 가득해 거부권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명태균 특검법 이외에도 민주당이 일방 통과시킨 방통위 의사 정족수를 3인으로 바꾸는 방통위법과 기업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해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 대행은 국무회의 직후 치안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윤 대통령 헌재 선고와 관련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며 “불법 폭력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고,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모든 국민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사회적 안정과 공동체 발전에 필수적”이라며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도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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