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조사 결과, 보조배터리 잔해에서 녹은 흔적 확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1월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조사 진행현황을 14일 발표했다. 사진은 31번 좌석 바닥에서 발견된 보조 배터리. /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1월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BX391편(홍콩행) 여객기에서 발생한 화재는 보조배터리 내부 합선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14일 국과수의 정밀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보조배터리의 내부 절연파괴(양극·음극이 합선된 상태)로 인해 최초 발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화재가 발생한 기내에서 발견된 보조배터리 잔해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전기적 용융흔(녹은 흔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흔적은 배터리 내부 합선으로 인해 열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이다.

국과수는 배터리의 심각한 훼손으로 인해 정확한 합선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항공기 내 다른 시설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감정 결과 회신서에서도 ”항공기 내부 전기 배선이나 조명 기구, 기판 잔해 등에서 발화와 관련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위치는 좌측 30번 좌석 상단 선반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승객이 촬영한 영상에서도 30번열 상단 선반에서 불길이 시작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화재가 진압된 후 불에 탄 보조배터리 잔해가 31번 좌석 바닥에서 발견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1월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조사 진행현황을 14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월 3일 수행한 합동 화재감식 증거물 채증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앞서 항철위는 국과수, 경찰 과학수사대, 소방과 함께 지난달 3일 사고기가 보관된 장소에서 합동 화재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과정에서 객실 좌측 28열부터 32열까지의 전기배선, 기내 조명기구, 보조배터리 잔해 등을 확보해 분석을 진행했다.

이후 확보된 증거물은 국과수로 이송돼 컴퓨터단층촬영(CT) 및 현미경 검사 등 정밀 분석을 거쳤으며, 그 결과 보조배터리에서 발화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항철위는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이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고 조사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해당 항공사에 안전권고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항철위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조사 결과는 사고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세종=김민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