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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에 걸쳐 허위 답변을 제출했는데, 명백한 허위 공문서 작성이자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대웅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시작을 앞두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이같이 지적했다. 선관위가 2023년 5월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국회에 “가족관계 정보는 없다”고 반복해서 답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선관위는 2022년 4월부터 내부적으로 부모·자녀 직원의 가족관계 현황을 파악해왔다. 이 의원은 “국회 감사를 무력화한 중증의 상황으로 위원회 차원에서 고발을 강력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과천=뉴스1) 황기선 기자 =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실시한 총 124회 경력 경쟁 채용(경채)에서 총 878건의 비위를 적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인사담당자 등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2025.2.28./뉴스1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13일, 선관위 고발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표면적으론 선관위 단독 현안질의를 원하는 여당,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소방청까지 포함해 질의를 하자는 야당이 맞서고 있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선관위 문제가 여야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영향이 커 보인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뒤로 여야 모두 각각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을 압박하려 헌법재판소로 쫓아간 까닭에 회의 날짜를 잡는 것조차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러자 “또다시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3년 5월 중앙일보 보도로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아빠 찬스’ 비판은 들끓었다. 그러자 여야는 같은 해 6월 선관위 국정조사 개최에 합의했다. 선관위 출범 이래 처음으로 국정조사 대상에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조사 범위와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제 국정조사는 열리지 못했다.

또 여야는 친인척 임용 신고, 사무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 선관위법 개정안 6건을 발의했지만, 이 중 5건은 행안위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하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유일하게 통과된 법안은 비상임 선관위원의 수당 지급 법제화였다.

이렇듯 여야가 말로는 선관위를 향해 “마피아 패밀리”, “가족 회사”라고 큰소리치며 당장이라도 개혁에 나설 것처럼 하지만, 실제 개혁 실천엔 왜 소극적일까. 선거 사무를 관리하고 정치자금 회계를 감독하는 선관위는 의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검찰과 경찰보다 센 선거 범죄 조사권이 있고, 영장 없어도 계좌 추적과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그러니 국회의원도 선거 때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이 가뜩이나 복잡하고 구멍도 많아서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갈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관위가 정치인에게는 그야말로 ‘갑(甲)’인 것이다.

그런 선관위의 민낯은 지난달 27일 감사원의 특혜 채용 감사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며 낱낱이 벗겨졌다. 보고서에 공개된 내용은 ‘선관위가 과연 공조직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참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공개된 날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제 외부에서 선관위를 견제할 곳은 사실상 국회가 유일한 셈이다.

비판 여론이 다시 들끓자 선관위는 “국회의 통제 방안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허위 답변으로 국회를 기만한 선관위 고발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선관위 목에 제대로 방울을 달 수 있을까. 여야의 선관위 개혁 주장이 허풍으로 남지 않으려면 국회를 속이려 한 ‘갑’ 선관위의 거짓말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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