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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WTO 규범 뒤엎어…한·미 FTA 정면 위반
관세 부당함 지적해야
소고기, 국민 건강권 직결…검역 자율 지켜야
멕시코 협상 분석해봐야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점점 커져가는 통상 압박에 “미국의 요구사항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들어줄 건 들어주되, 우리도 채찍이 있다는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13일 조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국제통상위원장을 맡았던 송 변호사는 지난달 25일과 이날 두번에 걸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들어보고 현실적으로는 당근책을 준비하더라도, 관세 부과가 한·미 FTA 위반이라고 미국에 계속 얘기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는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협상 내용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한·미 FTA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축산업계가 요구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허용은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변호사는 그러면서 “트럼프의 파괴적 통상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반도체를 예로 들면 무관세 무역의 최대 수혜자가 미국인데, 관세 부과는 미국시장의 국제 비중 저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트럼프 2.0시대,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트럼프 1기와 2기의 통상 압력의 차이점은.

“트럼프 1기 때는 적어도 한·미 FTA의 틀 안에 있었다. 2기는 기존 국제 통상법의 최소한의 형식조차 거부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2018년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면서 한·미 FTA 예외 조항에 근거해 ‘미국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라도 댔다.”

-트럼프는 부가세도 관세로 간주해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한다.

“아무 논리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전혀 양립할 수 없는 조치다. 1947년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 이래 78년간 유지된 최혜국 대우 핵심 원칙을 뒤엎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부터 보편·상호관세 발표한다고 했다.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일대일 협상을 하고 싶어할 텐데, 보편관세는 상대국이 일대일 협상에 나설 유인책을 줄인다.”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특정 품목에 ‘핀셋 관세’를 매길 가능성은?

“일부 품목에 관세를 매길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의 파괴적 통상은 지속 불가능하다. 미국 시장의 국제 비중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면 미국 경제에도 손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북미가 생산한 반도체 제조 장비 중 북미에서 판매되는 비중은 8%에 불과하고, 92%는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로 수출한다.”

-미 축산업계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을 요구했다. 한국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규제도 문제 삼았다.

“국민 건강을 위한 검역조치는 관세와 성격이 다르다. 현 기준은 미국도 2008년 FTA 협상에서 한국과 합의한 검역조치다.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수입산 중 1위를 차지한다는 점을 미국에 제시해서 검역조치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축소 가능성은.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살 때 주던 보조금은 줄일 수도 있다. 삼성이 공장 지을 때 주는 보조금은 조정은 하겠지만 크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트럼프는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당근과 채찍 중 무얼 준비해야 하나.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 압박 내용을 주시하면서 차분히 대응하면 된다. 조선, 에너지 등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협력 프로젝트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산 원유를 사줘서 무역 적자를 줄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요구사항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들어줄 건 들어주되, 우리도 채찍이 있다는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관세 부과가 FTA 위반이라고 계속 얘기는 해야 한다. 다만 아직은 미국의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다. 미국이 멕시코와 어떤 무역협상을 체결하는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멕시코와 협상이 끝난 뒤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 기업들에 “미국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라”고도 했다.

“한국은 미국에 이미 많이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말고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라는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과 통상 협상을 연계시키려고 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은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유럽 주둔 미군과 전략적 중요성이 다르다.”

-국내 피해 산업에 대한 대책은?

“수출 회사들이 겪는 일시적 고통은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은 2011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근본적인 제조업 정책을 마련했다. 한국도 산업 혁신이 더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미 상무장관 ‘10억달러 제안서’ 받아든 한국 기업들…셈법 복잡해졌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를 독려하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라는 기준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과 반도체지원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예고 등 악재 속에서 ‘대미 투자 기준’까지 받아든 재계의 심경은 복잡하다. 특히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배터리·반...https://www.khan.co.kr/article/20250224165401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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