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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시행으로 중국 여행 수요 61%↑
한국의 96배, 지형·기후 등 특성 제각각
中 연휴, 노동절·국경절 가급적 피해야
카드·현금 사용 少, 페이 시스템 필요
만리방화벽 통제, VPN 미리 준비해야
중국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8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 관광객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중국이 지난해 예고도 없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깜짝’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내에서 중국으로의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으로 나간 내국인은 64만7901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한 해 전인 2023년 11월∼지난해 1월 40만3470명 대비 60.6%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으로 입국자들에게 막바지 격리 정책을 실시하던 2022년 동기 대비로는 24.9배나 폭등했습니다.

무비자 정책은 일본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 여행객 수요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 비자 가격만 해도 10만원 안팎으로 드는데다 여행 계획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비자 발급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여행이 쉽지 않았던 거죠. 가뜩이나 중국으로 개인정보가 빠져나갈까 민감한데 비자를 발급할 때 어찌나 시시콜콜 물어보는지 거부감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행 한 번 가는데 부모의 직업, 병역 이행 여부, 소득 수준 등 민감한 정보까지 제공해야 했으니 비자 발급하려다가 여행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담이 줄자 주말을 이용해 2~3일 정도 즉흥적으로 여행을 오는 수요가 많아졌고, 상하이나 칭다오 같은 지역은 한국인들로 북적인다는 현지 기사도 여러 번 나올 정도입니다.

중국 여행의 문턱이 조금은 낮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초기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한국에서 중국에 대해 생각보다 너무 모르기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질문들도 반복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여행을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중국 상하이 명소로 꼽히는 동방명주. 이미지투데이


“중국 여행 어디가 좋나요? 언제 가는 게 좋나요?”


여행을 고려할 때 국가를 선택하더라도 지역, 시기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964만821㎢로, 전 세계에서 면적이 네 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남한의 약 96배입니다. 동경 75~130도, 북위 20~50도에 걸쳐 있죠. 북쪽으로는 내몽고자치구의 초원부터 남쪽의 하이난섬의 아열대 지역, 태국과 라오스 접경지역에는 열대 우림까지 볼 수 있는데요. 서쪽으로 가면 5000미터가 넘는 산도 즐비하고, 북서부를 중심으로는 사막도 여러 개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지형과 기후를 중국에서 볼 수 있어 중국 대륙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런 중국을 하나로 보고 접근해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밖에 없겠죠.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여행지가 도시인지, 자연인지부터 자연이라면 산, 호수, 초원, 사막 등으로 추려야 합니다. 지역, 도시에 따라 기후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언제 여행을 가는지에 따라 최적의 시기가 될 수도 있고, 우기를 만날 수도 있고, 혹한이나 무더위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즉흥적인 성향이라 해도 한여름 50도에 육박하는 투루판, 한겨울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모허를 여행하는 것은 모험을 넘어 목숨을 건 여행이 될 수 있으니까요.

민감한 접경 지역은 여행 자체가 쉽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티벳으로 불리는 시짱자치구인데요. 이 곳은 개인 자유여행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티벳 여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퍼밋(여행허가서)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절차가 비자 발급 이상으로 까다롭고 시간도 열흘 가량 소요되며 비용도 비싼 편입니다. 허가를 받은 단체가 함께 이동해야 하기때문에 현지에서도 자유롭게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티벳 외에 신장위구르자치구도 접경 지역 부근으로 가면 이동 조차 쉽지 않습니다. 관용여권 소지자, 언론인 비자 발급자 등 민감한 대상은 여행에 제약이 큰 편이고, 일반인이라고 해도 검문소마다 수시로 검문을 받는 일은 각오하셔야죠. 심지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 조차 현지인들만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 풍광이 뛰어난 곳이지만 가본 사람이 적은 이유죠.

2023년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저장성 샹산에 몰린 관광객 인파. 바이두 캡쳐


중국의 연휴나 주요 행사도 여행을 하는 입장에선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공휴일이 유동적인 나라입니다. 매년 말 이듬해 연휴를 확정해 공표하는 식입니다. 중국은 춘절(음력 설), 청명절, 노동절, 단오절, 중추절, 국경절 등을 사흘에서 일주일 남짓 쉴 수 있게 연휴로 만듭니다. 올해는 춘절 연휴가 1월 28일부터 2월 4일, 청명절이 4월 4~6일, 노동절이 5월 1~5일, 단오절이 5월 31~6월 2일이고,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쳐 10월 1~8일을 쉽니다.

중국 직장인들은 우리나라처럼 연차를 쓰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이들 연휴를 이용해 주로 여행을 갑니다. 특히 설을 쇠기 위해 고향으로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는 춘절, 봄과 가을 한창 여행하기 좋은 시즌의 노동절과 국경절에는 전국 각지의 관광지가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하필 올해는 우리나라도 노동절과 추석 연휴가 중국의 휴일과 거의 겹치는데요. 만약 올해 이 시기에 중국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가급적이면 피하길 바랍니다.

3월 초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회, 봄·가을에 광저우에서 개최되는 켄톤페어 같은 지역별 주요 행사도 고려해야 합니다. 해당 시기에는 교통 통제도 자주 발생하고, 숙박비도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입니다.

2023년 노동절 연휴에 만리장성에 몰린 관광객 모습. 바이두 캡쳐


“카드로 결제가 되나요? 현금을 안 받는다고 하던데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카드 결제가 보편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호텔이나 백화점 같은 곳도 카드 가맹점이 아닌 곳이 많으니까요. 유니온페이가 그나마 가맹점이 많지만 카드만 믿고 여행왔다간 낭패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현금은 기본적으로 사용은 가능합니다. 중국인들도 현금을 사용하긴 하지만 주로 노인이나 아이들 정도일 뿐 사용 비중이 아주 적습니다. 그렇다보니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현금을 쓰셔야겠다면 100위안짜리 고액권보다는 10위안, 20위안짜리 소액으로 준비하는 게 낫습니다.

중국은 카드나 현금이 아닌 모바일 결제가 아주 보편화 돼 있습니다. 현금을 사용하다가 카드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로 넘어왔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양대 산맥입니다. 중국을 가신다면 적어도 둘 중 하나, 가급적 두 개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권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중국 내 은행 계좌가 없으면 이들 페이 사용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서 결제가 가능해졌습니다. 결제 금액이 200위안을 넘어가면 추가 수수료가 발생하니, 200위안 이하로 분할 결제를 요청하는 것도 팁입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사실 필수입니다. 이들 앱을 사용해야만 중국 생활이 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행객 입장에선 위챗을 통해 주요 관광지를 예약해야 하고, 알리페이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필요합니다. 오로지 현금만 사용하겠다는 분들에게 이렇게 묻겠습니다. 핸드폰 지도 어플을 두고 종이로 된 지도, 아니 나침반만 들고 여행하시겠냐고. 개인의 선택이지만 말리고 싶습니다.

중국 여행에 필수 어플 중 하나인 위챗. 서울경제DB


“유튜브도 못 보고, 구글 지도도 안되나요?”


중국은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강력한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글(메일, 지도 포함),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 등의 글로벌 사이트는 물론 우리나라의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등도 중국의 통신망을 이용하면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손쉬운 것은 국내 통신사에 로밍을 신청하면 됩니다. 한국에서 이용하는 것처럼 아무 제약 없이 접속할 수 있죠. 중국에서 사용 가능한 홍콩 유심, 마카오 유심 등을 준비해도 로밍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와이파이 접속을 할 경우 바로 만리방화벽에 막힌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에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접속하지 않는 것처럼 인터넷에 우회 접속을 하는 방식인데요. 중국에서는 VPN을 설치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야 한다면 한국에서 반드시 VPN을 준비하길 바랍니다. 이왕이면 접속이 자주 끊기는 무료 버전보다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안정적인 유료 버전을 이용하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중국을 자주 여행하시는 경우라면 중국 통신 3사(차이나텔레콤·유니콤·모바일)에 가입을 하고 유료 VPN을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국에서 주요 앱을 사용하거나 관광지를 예약할 때 중국 전화번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인데요. 한번 가입을 해두고 최저 요금제로 유지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이 늘어납니다.

여행자 입장에선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 게 익숙할테지만 중국에선 구글 지도 이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미 10여년 전에 구글은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새로 생긴 도로나 건물, 기존에 있다가 사라진 식당 등이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아 오류가 많습니다. 중국에선 가오더(高德)·바이두(百度) 지도를 주로 사용합니다. 중국어만 지원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가오더 지도의 경우 최근 영어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애플 제품 이용자의 경우 기본 내장 지도를 사용해도 가오더 지도와 동일한 기능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치안을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우려할 부분은 없습니다. 물론 어딜 가나 조심해야 하겠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나라입니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공권력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쇄회로(CC)TV를 보유했을 정도의 ‘감시 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초보 여행자에겐 이렇게 중국 여행의 허들이 높지만 그만큼 중국은 매력적인 여행지가 많은 곳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중장년은 장가계와 백두산, 젊은이들에겐 상하이, 칭다오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 전역으로 범위를 확대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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