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홍모씨(38)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백민정 기자


“오빠 떠난 날 아침에 서진(가명)이가 주말에 아빠랑 캠핑 갈거라고 자랑했었는데…”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 차려진 트럭 운전사 홍모씨(38)의 빈소에서 만난 홍씨 여동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홍씨의 7살 난 아들 서진이를 바라봤다. 홍씨의 아내 이모씨도 “이제 서진이가 좀 커서 같이 자전거도 타고, 캠핑도 다니고 하려 했는데…”라며 눈물을 삼켰다. 아직 아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어린 서진이만 홍씨의 영정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었다.

홍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25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철근 파이프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홍씨를 덮친 철근 파이프의 무게는 총 2t에 달했다. 지름 25㎜, 길이 6m, 무게 30㎏짜리 철근 70개가 지게차에서 한꺼번에 떨어져 홍씨를 덮쳤다. 시공사 협력업체의 트럭 운전사였던 홍씨는 잠시 트럭에서 내린 사이 떨어진 파이프를 미쳐 피하지 못해 그대로 변을 당했다. 동료들이 파이프를 하나하나 들어올렸지만 이미 홍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홍씨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에 홍씨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셀카’ 사진이 그의 영정사진이 됐다. 어머니 정모씨는 붉어진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저 사진을 ‘엄마, 나 살 많이 빠졌지 어때?’하며 보냈었다”며 “참 애교가 많은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홍씨의 큰이모부는 “참 싹싹하고 긍정적이고 저를 정말 잘 따르는 아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씨 친구들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유족들은 “트럭 운전사였던 홍씨가 왜 철근에 깔리게 된거냐”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홍씨 여동생은 “트럭 운전사니까 처음 소식 들었을 때는 당연히 교통사고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깔림 사고가 발생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홍씨의 고모는 “철근은 나르지도 않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홍씨가 사망한 이문아이파크 자이의 공사현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사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철근을 떨어뜨린 지게차 운전자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씨 여동생은 “왜 자꾸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건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안전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냐”며 “책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처벌을 최대한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붉어진 눈으로 아들의 빈소를 지키며 연신 입고 있던 패딩 옷깃을 쓰다듬었다. 정씨는 “이 옷 우리 아들이 내 생일 때 사준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유관기관의 조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020 “시진핑, 파나마 항만 매각에 분노”…홍콩 재벌 리카싱 사면초가 랭크뉴스 2025.03.19
46019 [속보]‘선거법 위반 혐의’ 정동영 의원, 1심서 벌금 70만원 랭크뉴스 2025.03.19
46018 ‘김건희 상설특검’ 국회 소위 통과…국힘 의원들 표결 불참 랭크뉴스 2025.03.19
46017 "문형배 잔인하게 죽이고 나도 죽겠다" 협박글 쓴 유튜버 입건 랭크뉴스 2025.03.19
46016 [속보] 전국 40개 의대, “집단 휴학계 모두 반려키로” 랭크뉴스 2025.03.19
46015 오세훈, 34일 만에 ‘토허제’ 해제 번복…“심려 끼쳐 송구” 랭크뉴스 2025.03.19
46014 성소수자 축복해 ‘출교’ 된 남재영 목사에···법원 ‘출교 효력 정지’ 랭크뉴스 2025.03.19
46013 유승민, 오세훈 ‘토허제’ 재지정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황당” 랭크뉴스 2025.03.19
46012 유시민 작가가 말하는 尹과 朴의 가장 큰 차이는… [엠빅뉴스] 랭크뉴스 2025.03.19
46011 박찬대 "참을 만큼 참았다… 尹 파면 선고 이렇게 시간 끌 일인가" 랭크뉴스 2025.03.19
46010 [일문일답] 오세훈 서울시장 “토허제 해제 후 집값 급등…뼈아픈 실책” 랭크뉴스 2025.03.19
46009 이재명 "최상목, 몸조심하라…직무유기 현행범 체포 가능" 랭크뉴스 2025.03.19
46008 한달만에 토허제 백기…"정말 뼈아프다" 고개숙인 오세훈 랭크뉴스 2025.03.19
46007 교육부 "의대생 미복귀시 편입학 허용은 대학 자율사항" 랭크뉴스 2025.03.19
46006 이재명 "최상목, 헌법 직무유기 현행범‥국민 누구나 체포 가능" 랭크뉴스 2025.03.19
46005 강남3구·용산구 아파트 전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종합) 랭크뉴스 2025.03.19
46004 [속보] 강남3구·용산 아파트 40만 ‘토허제’ 묶인다…갭투자 차단 랭크뉴스 2025.03.19
46003 [속보] 강남·서초·송파·용산 40만 아파트 ‘토허제’ 묶인다 랭크뉴스 2025.03.19
46002 [단독] LG전자 홈플러스 납품 재개…삼성전자는 지난주부터 납품 재개 [시그널] 랭크뉴스 2025.03.19
46001 이재명 “최상목,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 가능…몸조심하길 바란다” 랭크뉴스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