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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환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부장검사]
중점청 10주년 '특허법위반죄' 책자 발간
"특허법 위반 사건은 기술과 규범이 교차"
전문 자문관 '기술 심리'로 모방 여부 판단
검사는 '침해 고의성' 등 법률적 쟁점 집중
"AI 활용 특허출원 쟁점 될 것… 대비해야"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한승훈 검사, 박대환 부장검사, 조소인 검사, 김준성 검사(왼쪽부터).


"활발한 특허 출원을 뒷받침하려면 확실한 권리 보호가 필요한데, 이걸 보장할 수 있는 형사 관련 연구나 논의는 부족해요. 직접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죠."

박대환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특허부) 부장검사는 13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최근 '특허법위반죄 이론과 실무' 책자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23년 국제 특허출원 서비스를 통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및 인구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1위다. 특허출원이 활발해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도 잦은데도 유독 형사사건 수사·재판 관련 연구는 미흡하다는 게 박 부장검사의 진단이다.

박 부장검사와 특허부 소속 검사 3명, 특허수사자문관 3명은 대전지검의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 지정 10주년인 올해 완성을 목표로 6개월간 머리를 맞댔다. 올해 초 완성된 책자엔 그간 특허법 위반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다뤄진 관련 이론, 쟁점과 판례가 폭넓게 담겼다. 발간한 책자 500부는 전국 검찰청과 특허법원, 대전고·지법 등에 배포됐다.

최근 5년간 전국 검찰청 및 대전지검 지식재산권 사건 접수 통계. 그래픽=송정근 기자


"복잡한 특허 사건, 쉽게 설명하는 데 초점"



박 부장검사는 특허법 위반 사건의 수사와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감할 수 있도록 검사의 결정문과 특허수사자문관의 자문 기재례 및 판결문을 책자에 다수 첨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허법 위반 사건은 복잡한 기술적, 법적 판단을 거치기 때문에 초심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전했다. 대상자가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발명품 등을 '모방'하고 모방 제품을 '생산, 사용, 판매'(생산 등)한 경우 특허법 위반인데,
이때 '모방'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기술심리가, 생산 등의 행위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


기술심리는 모방 여부를 따지는 두 대상 제품의 구성요소를 분석·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화학·전기·기계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해 특허심판 경력이 있는 특허수사자문관들이 맡는다. 박 부장검사는 "복잡한 전기·전자 분야의 경우 기술심리에만 1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다른 형사사건들보다 처분이 더 오래 걸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고소인의 가슴확대기 제품 사진(왼쪽)과 고소인의 가슴확대기 특허발명 도안. 대전지검 제공


박 부장검사는 지난해 제기된 '가슴확대기 특허 침해' 고소 사건을 예로 들어 기술심리 과정을 설명했다. 고소인의 기존 제품은 ①바가지 형태의 가슴캡 ②캡 중앙의 돌출부 ③중앙 공기 구멍과 윗부분의 고무 덮개 등 3가지 구성요소를 두고 있었다. 반면 피고소인 제품은 구성요소 ①, ②는 갖췄지만 ③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었다. 고소인 제품은 덮개를 열고 공기를 내보내 피부에서 쉽게 뗄 수 있지만 피고소인의 제품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차이에 따라 "피고소인의 제품이 원 제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기술심리 결론을 바탕으로 검찰은 피고소인을 무혐의 처분했다.

모방했어도 '고의성' 입증돼야 형사처벌



상대 제품을 모방해 특허권을 침해했더라도 고의가 있어야 형사처벌된다. 기술심리와는 별도의 '법률적 쟁점'으로, 검사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 부장검사는 "특허법 위반 사건은 기술과 규범이 교차하는 영역에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한 피의자는 이미 특허가 등록된 땅속 작물 수확기를 특허권자 허락 없이 개량 발명해 고소당하자 "특허가 등록된 줄 몰랐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검사는 과거 그가 특허출원을 했다가 '고소인의 원천 기술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 통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 고의성을 입증하고 기소했다.


대전지검에만 있는 '특허기술 변론절차' 사례와 그 효과도 책자에 포함됐다. 특허기술 변론절차는 양측이 검찰청에서 쟁점 기술을 시연, 설명하고 검사가 쟁점을 신문하는 특허·기술범죄 특화 변론 절차다.
박 부장검사는 "처분의 신속성·투명성이 보장되는 건 물론이고, 양쪽이 직접 눈앞에서 기술 시연을 하니까 서로의 주장을 납득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먹는) 김 스낵 제조용 김 겹침 장치'와 관련해 특허심판과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되던 중 대전지검에서 2018년 특허기술 변론절차를 진행해 양측이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한 사례도 있다.

"기술 발전 빠른데 용어조차 못 따라가"



박 부장검사는 "기술은 굉장히 빨리 발전하는데 법·제도에선 신기술을 지칭하는 이름조차 없어 곤란할 때가 종종 있다"며 발빠른 법령 정비 및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가까운 미래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특허출원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AI를 발명 도구로 쓴 일부 특허출원은 가능한 상황이다. 박 부장검사는 "아직 AI 활용 특허가 형사적으로 문제 되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다퉈지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번 책자를 계기로 법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더 많은 연구와 추가 법리 개발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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