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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기각
野 남발에 국정공백 비판 못피해
언급 자제 속 역풍 불까 노심초사
국회통과 13건 중 5건은 심리 중
줄기각, 尹선고에 영향주나 촉각
[서울경제]

문형배(왼쪽 네 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심판정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기 앞서 착석해 있다. 오승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직자를 대상으로 추진한 탄핵소추안 8건이 모두 기각됐다. 야권의 29번의 탄핵 시도 가운데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범한 공직자는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무차별적 탄핵 폭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직전 나온 줄기각 결정에 야당은 적잖이 당황해 하는 기류다.

13일 국회·헌법재판소에 따르면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은 총 29명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 가운데 13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 이래 헌재에 접수된 16개 탄핵소추안 중 13건이 현 정부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셈이다.

헌재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지검장 등 검사 3인 탄핵소추안에 대한 기각을 결정하면서 13개 탄핵안 가운데 8건에 대한 선고가 나오게 됐다. 결론은 모두 ‘기각’이었다. 선고가 나오지 않은 5개 탄핵안 중 4건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건으로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손준성 검사 탄핵안은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관계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탄핵소추 권한 남용’이라는 역풍이 불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에 몰렸다. 민주당은 지난 2년 10개월 동안 탄핵을 추진하면서 헌법·법률 위배, 정치 중립성 위반 등을 사유를 제시했으나 헌재의 100% 기각 결정에 설득력을 잃게 됐다. 특히 요건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려는 정략적 의도로 탄핵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의 탄핵 공세는 국정 공백이라는 국민 피해로 돌아오게 됐다. 탄핵소추 기간 동안 피청구인의 직무는 정지돼 그간 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국가 주요 기관은 비상 체제로 운영됐다. 최 원장은 이날 98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면서 “혼란한 정국에서 공직자들이 맡은 바 소임 다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공직 기강 확립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탄핵소추 시 변호사 수임료를 포함한 국회 측 비용은 모두 국가 예산으로 지급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 정부 이후 국회가 탄핵 심판에 사용한 예산만 4억 6000만 원에 이른다. 소추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변호사 비용은 모두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억지 탄핵의 결과를 책임지라며 야당에 핏대를 세웠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탄핵 시도가 기각됐다”며 “국회의 권한도 헌법과 법률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함을 분명히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과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규탄했다. 대통령실도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며 “공직자들이 하루 빨리 업무에 복귀해 국정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해 불거진 국정 책임론에 민주당은 당황하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재의 판단은 그 자체로 결론이 난 것이므로 불복 또는 존중이라는 수사를 붙이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최근 야당 내부에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요구가 나왔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런 카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선고가 윤 대통령의 탄핵 관련 여론에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으로 ‘거대 야당의 줄탄핵으로 인한 정부 마비’를 제시한 바 있다. 헌재의 잇단 결정으로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줄기각 결정에 대해 “거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가 입법 독재로 국정 마비를 초래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묻지 마 탄핵소추’였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의 탄핵 남발이 계엄 선포 요건 충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는 계엄 선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국회 해산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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