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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병원들에서 자신의 명의로 향정신성 의약품이 수십 차례 처방됐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명의도용으로 약 처방이 이뤄진 건데, 경찰 수사 뒤에도 명의도용 피해는 계속됐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 모 씨는 2023년 말,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이상한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3년 넘게 자신의 명의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가 20여 차례 처방된 겁니다.

정작 자신은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병원들이었습니다.

[김모씨/명의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갑자기 (처방 병원이) 성남, 부산 이렇게 나와버리니까…."]

김 씨는 자신의 명의가 도용됐다고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했습니다.

[김모씨/명의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공단을 통해서 경찰서로 사건이 넘어가기 때문에 제가 굳이 가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경찰 수사 끝에 피의자는 검찰에 송치됐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명의도용 피해는 계속됐습니다.

김 씨 명의로 수면제가 또 처방된 겁니다.

수면제를 처방한 병원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김 씨는 가본 적도 없는 병원이지만, 분실된 적이 없는 자신의 신분증을 누군가 제시하고 처방을 받았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에 신분증 검사 하셨는지 궁금해가지고요.) 당연히 했죠. 초진이니까. 사진도 제가 분명히 마스크를 끼고 오셔서 '마스크 벗어보세요'까지 확인을 했어요 제가."]

누군가 신분증을 위조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

결국 김 씨는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유출 피해를 입증할 자료를 내야 하는데, 건보공단이 피의자에 대한 재판이 안 끝났다며 자료를 주지 않은 겁니다.

수사기관에서 직접 자료를 받으려고도 했지만, 수사 의뢰한 당사자가 아니어서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난 1월 또 명의도용 피해를 당했습니다.

[김모씨/명의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제 아이 정보까지 다 이제 조회가 가능하니까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진짜 막 심란해서 잠이 안 와요."]

KBS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건보공단 측은 뒤늦게 주민번호 변경에 필요한 피해 입증 서류를 김 씨에게 발급해 줬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 안민식 서원철/영상편집:이형주/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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