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학생수 감소에도 작년 7.7% 늘어 또 최고치
미취학 사교육 시장 첫 통계 발표
유아때부터 월평균 33만원 지출
초중고생 10명 중 8명 학원 다녀
소비 '블랙홀'···공교육 강화 시급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가 3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물론 사교육 참여율도 이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처음 공개된 유아 사교육비까지 더하면 지난해 학원비로 지출된 비용은 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 정원 증원 등과 같은 입시 정책 변화, 입학을 위해 시험까지 치러야 하는 영유아 대상 영어 학원 열풍 등이 사교육 수요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초등 의대반 방지법 제정 등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자칫 풍선 효과와 같은 부작용만 키울 수 있는 만큼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앞서 교육부는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을 26조 7000억 원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뼈아픈 대목은 1년 사이 학생 수가 521만 명에서 513만 명으로 8만 명(1.5%)이나 줄었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 4000억 원, 2022년 26조 원, 2023년 27조 10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4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초중고 모두에서 나타났다.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을 보면 초등학교는 13조 2000억 원, 중학교 7조 8000억 원, 고등학교 8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 1인당 월평균 지출액 등이 증가하면서 사교육비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해 사상 처음 80%를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9.3% 증가한 47만 4000원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참여 학생으로 좁혀보면 1인당 사교육비는 59만 2000원으로 7.2%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사교육비 단가가 인상된 부분이 많이 작용했고, 학원 마케팅 측면에서 교과를 분리해서 쪼개기(단과 강의)를 하면서 가정 부담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원비 인상만으로는 사교육비 고공 행진을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2028 대입 개편안 등 입시 정책 변화가 사교육 시장을 활성화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에서도 입시 불확실성에 따라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 폭이 가장 컸으며 고등학생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 역시 전년과 다르게 증가세로 전환됐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사교육비 인상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정책 변경”이라면서 “특히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대 진학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대 열풍이 수능을 준비하는 입시생은 물론 초등 단계로까지 확산해 사교육비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초중고는 물론 영유아 사교육 규모도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석 달 동안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연간으로 추정하면 최소 3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47.6%였으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 2000원이었다. 특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 학원에 쓰는 비용은 월평균 154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9월 동안 전국의 6세 미만 영유아 1만 3241명을 조사한 결과다. 국가 승인 통계는 아니지만 교육부가 유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초등 의대반 방지법 등을 통해 불량 사교육을 규제할 입법과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과열된 경쟁이 사교육의 핵심 유발 요인임을 직시하고, 경쟁을 완화하고 고르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종합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교육 업체 단속은 부질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총장은 “단속한다고 사교육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도록 공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373 "소 키울수록 손해인데 구제역까지"… 깊어지는 한우농가 시름 랭크뉴스 2025.03.18
45372 美 에너지부, 1년여 전 원자로 설계정보 韓 유출 시도 적발 랭크뉴스 2025.03.18
45371 뉴욕증시, 소비 회복에 주목하며 저가 매수…동반 강세 마감 랭크뉴스 2025.03.18
45370 서울의대 교수 4인, 후배 전공의∙의대생 꾸짖다 랭크뉴스 2025.03.18
45369 "스트레스로 입술 다 부르터"…'쌍권'은 왜 강성보수 적이 됐나 랭크뉴스 2025.03.18
45368 밀린 탄핵 사건 먼저 처리하는 헌재... "尹 사건도 정리됐을 것" 관측 랭크뉴스 2025.03.18
45367 美 "원자로 SW 韓 유출시도 적발"…민감국가 지정과 연관 가능성(종합) 랭크뉴스 2025.03.18
45366 "고려아연, 중국에 먹힌다"…혐중 가짜뉴스에 황당 '애국 매수' 랭크뉴스 2025.03.18
45365 전 세계 국가와 '새 무역 협정' 맺겠다는 美… 한미 FTA도 다시? 랭크뉴스 2025.03.18
45364 "커피 안 끊어도 되겠네"…하루 중 '이 시간대'에 마시면 사망 위험 '뚝' 랭크뉴스 2025.03.18
45363 "피청구인" "이 사건 청구를"…문형배 첫 문장에 결론 보인다 랭크뉴스 2025.03.18
45362 한샘·락앤락도 당했다...그들이 손대면 적자로, 사모펀드 그늘 랭크뉴스 2025.03.18
45361 외교부 국정원 산업부 과기부 서로 미뤘다... '민감국가' 골든타임 왜 놓쳤나 랭크뉴스 2025.03.18
45360 아르헨 생필품 소비, 15개월 연속 하락…2월엔 전년 대비 9.8%↓ 랭크뉴스 2025.03.18
45359 '어두운 옷' 입고 걷던 40대, 차량 치여 숨져…60대 운전자 '무죄' 왜? 랭크뉴스 2025.03.18
45358 구글 딥마인드 CEO "인간 수준의 AI 향후 5∼10년 내 등장" 랭크뉴스 2025.03.18
45357 폐기물 맨손으로 재포장해 "2등 기저귀 사세요"…떼돈 번 업체에 中 '발칵' 랭크뉴스 2025.03.18
45356 북마케도니아 클럽 화재 참사에 분노 폭발…수천명 시위 랭크뉴스 2025.03.18
45355 백악관 "우크라이나 평화 합의에 지금보다 가까웠던 적 없어" 랭크뉴스 2025.03.18
45354 한화오션, 대만 에버그린에 2.3조 계약 따냈다 랭크뉴스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