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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인용이 발표된 2017년 3월10일 오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서울 재동 헌재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들어찬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에 ‘애국열사 8주기’가 적힌 검은 펼침막이 나붙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뒤, 헌재 주변 지지자 집회가 극단적인 폭력성을 띄며 참여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집회는 어떻게 참극으로 변질했을까.

1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지지자 집회를 주도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정광용 회장 등 판결문을 보면, 사건의 핵심은 주최 쪽 ‘선동’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재 주변 경계 태세를 높이는 경찰이 당시 사건을 되짚으며 ‘폭력 선동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정 회장은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 회장 등의 판결문에 드러난 당시 집회 상황을 보면, 오전 11시21분 박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집회 주최 쪽은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다. 그러나 폭력을 쓰지 말자”고 다소간 참가자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30여분 뒤 주최 쪽 관계자 대화 이후 기류가 변했다. 무대 위에선 “무조건 돌격. 오늘 헌법재판소가 죽든 우리가 죽든 돌격”을 외쳤다. 이에 따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집회의 폭력적인 양상이 극심해졌다.

공격 대상은 우선 눈 앞에 있는 경찰이 됐다. 주최 쪽이 지속해서 “돌격”을 외치는 동안 참여자들은 경찰관에게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특히 헌재로 향하는 진입로가 경찰 차벽에 막힌 상황을 지적하며 주최 쪽은 “트럭으로 밀어버리자. 밀면 경찰 압사당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 무렵 한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아 틈을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본격적으로 헌재 쪽으로 향하려 몰려들었다. 뚫고 가려는 지지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 사이에 큰 몸싸움이 일었다. 낮 12시28분께 이 과정에서 경찰방송 차량 위에 있던 철제 스피커가 참가자 머리 위로 떨어져 사망했다. 몰려든 참가자들 사이에 짓눌린 3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 이후에도 주최 쪽은 “돌아가신 고인을 위해 청장년 50명이 앞으로 와 버스를 엎어야 한다”고 선동했다.

지난 10일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애국열사 8주기’ 추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정봉비 기자

법원은 “흥분한 참가자들로 집회가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했을 때 (주최 쪽이) 질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되는 언행을 했다”며 주최 쪽에게 폭력집회가 촉발되고 확대된 책임을 물었다. 재판 과정에서 주최 쪽은 사고 원인을 일부 과격 참가자 탓으로 돌리거나, 경찰의 관리 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2017년 탄핵 당시 사례를 참조해 시나리오를 세워 대응 방식을 구상하는 등 윤 대통령 선고 당일 헌재 주변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다만 최근 서부지법 난동 등에서 드러난 선동 양상은 당시와 달리 단일한 주최 단체가 아닌 극우 유튜버 등 불특정 다수에 의해 이뤄지는 모습이라 한층 대응이 까다롭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집회 주최 쪽과는 사전에 대화를 하며 협의할 수 있지만 그밖에 다양한 이들의 선동 가능성도 있다. 다방면으로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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