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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납품‧입점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오후 오승철 산자부 산업기반실장 주재로 홈플러스 김태규 상품부문장, 식품‧가전 납품업체 영업담당 임원 10여 명이 모여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전민규 기자
홈플러스는 지난 7일 법원이 회생채권 변제 허가 이후 밀린 납품 대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날 납품업체들은 변제 우려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산 방식은 1월에 납품한 제품 대금을 2월에 받는 ‘후지급’ 방식이라서다. 한 납품업체 임원은 “담보 설정 같은 조치를 하고 거래해야 한다”는 요구를 제시했다.

이날 오 실장은 “정상적 상거래의 유지가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홈플러스가 납품 기업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납품 대금 지급 계획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시해 납품 기업들이 이를 믿고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상세 지급 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사와 소통하며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에 ‘남의 일이 아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가전‧식품업체는 물론이고 마트 내 입점한 소상공인들도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및 정산 지연 사태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터라 정산금 보호 장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홈플러스]
대표적인 요구가 정산 주기 단축이다. 현재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납품업체의 상품을 납품‧위탁받거나 특약매입으로 납품받아 판매한 경우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 지급해야 한다.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서도 정산 주기가 최대 45일로 긴 편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는 30일 이내에 정산한다.

입점 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대형마트의 계산기기(포스)를 사용해 매출은 대형마트로 잡히고 한 달 뒤 대형마트가 전달 매출에서 임차료‧관리비 등을 제한 나머지를 임대업체에 입금하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매월 30일, 롯데마트‧이마트는 매월 10일이 전달 매출 정산일이다. 아직 2월 정산금을 못한 입점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홈플러스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매일 장사한 매출이 홈플러스로 들어가고 있는데 당장 이번 달 번 돈을 정산일인 다음 달 말에나 받으니 그사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입점 업체들 사이에선 정산 주기를 1주일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홈플러스 입점 업체 점주는 “매월 10일이면 세금계산서가 발행돼 수수료가 계산되는데 정산에 시간이 (한 달씩) 그렇게 걸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당장 일일 매출 송금 의무 면제, 대형마트 포스기가 아닌 개별 포스기 사용 허용 같은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대형마트 측에 매출 보고만 하고 다음 달 임대료·관리비 등을 대형마트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 임대매장 정산주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홈플러스 입점업체 점주들은 오는 20일 3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홈플러스 대책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송금 의무가 있어도 신용이 악화해 돈 보내기가 불안한 상황이라는 게 점주들 얘기”라고 전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약관 상에 존재하는 후불 특례 조항을 입점업체들에게도 적용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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