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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부실감사 사정 보이지 않는다" 전원일치 기각
32년간 탄핵 발의 18건인데… 6년간 31건으로 급증
與 "정치 탄핵에 '철퇴'"… 野 내부서도 "탄핵 신중해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을 모두 기각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탄핵안이 기각된 건 8번째다. 그사이 탄핵이 인용된 사례는 없다
.

'줄탄핵'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리수라는 점이 재차 드러났다. 4명은 98일간 직무가 정지돼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 하지만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무책임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극렬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빌미가 됐다는 비판
이 무성하다.

헌재는 최 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의 탄핵안을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대통령실 이전 부실 감사(최 원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부실수사(검사 3명) 등 탄핵 이유에 대해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재량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각각 판단했다.

민주 "탄핵 남발 아냐"… 정당성 강변에 급급



민주당은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서면으로 논평을 냈다.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 "헌재는 '탄핵 남발'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탄핵에 이를 만큼 중대 사유는 아니더라도 불법·위법 행위는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모든 사법적 문제의 중심에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있다"며 헌재의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탄핵에 집착하는 민주당의 공세는 윤 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졌다. 탄핵안 29건을 발의해 13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헌재에서 8건이 기각됐다. 윤 대통령 탄핵안을 비롯한 나머지 5건은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과거에는 달랐다. 13~20대 국회(1988년~2000년) 32년간 국회가 발의한 탄핵안은 18건에 불과하다. 가결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2건뿐이다. 고위공직자의 직무를 정지시켜 극단의 대결로 치닫는 탄핵안 카드는 가급적 꺼내지 않았다. 대신 강제성이 없어 정치적 해법으로 통하는 해임건의안에 치중했다. 그것마저 총 80건을 발의해 3건을 국회에서 의결하는 데 그쳤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차원에서 비판을 감수하고 한 정치적 결정이라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
앞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이나 심우정 검찰총장 등 또 다른 고위공직자 탄핵 추진을 더 신중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치 탄핵 남발에 철퇴"… 직권남용 처벌 주장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 기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은 "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법의 철퇴를 가한 역사적 판결
"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탄핵 강행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무도한 시도, 무리한 시도였다"면서 "정치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탄핵 남발 행태는 본질을 한참 벗어난 이재명 방탄·보복 탄핵"이라며 "민주당이 혼란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핵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탄핵 권한 남용 금지 △보복 탄핵 발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탄핵소추남용방지특별법을 발의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발의에 참여한 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자
"는 다소 과격한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보상해주듯이, (탄핵이 기각됐을 때) 보상 필요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계엄과는 분명히 별개의 문제"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민주당의 줄탄핵 때문에 국정이 마비돼 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본의 아니게 증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
정치가 실종된 탓이 크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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