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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처에서 투신한 청년 인턴…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

지난해 9월 10일, 식약처 인턴 32살 박 모 씨가 충북 청주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 청사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6개월의 인턴 만료를 2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유족 측은 박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입사 두 달 만인 5월, 상사 A 씨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유족 측을 통해 KBS가 입수한 녹취 파일에는 A 씨가 박 씨에게 "XXX야 진짜… 완전 미친 거야"라고 폭언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족 측은 이 외에도 박 씨가 인턴 80여 명 가운데 유일하게 부당하게 부서가 이동됐고, 이후에는 문서 열람 권한마저 뺏겨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업무에서 배제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소 박 씨는 가족들에게 "점심시간에 계속 혼자 있었다", "몇 달간 점심때 밥을 먹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유족들은 노동 당국에 이런 내용으로 진정했고, 고용노동부는 식약처에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 박 씨의 상사 A 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욕설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A 씨의 언행이 박 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상사 A 씨는 “업무 과정에서 훈계를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약처 자체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A 씨는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숨진 박 씨의 아버지가 식약처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 유족에게도 상담 내용 비공개… "2차 가해" 비판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견책’ 처분에 유족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식약처장이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기다림 끝에 나온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유족 측은 박 씨의 피해 사실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식약처에 박 씨가 내부 상담센터에서 받았던 심리상담 기록을 요청했습니다. 박 씨는 식약처에서 일하면서 이곳에서 4~5차례 심리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유족 측의 정보 공개 청구에, "제 3자의 정보가 포함돼 공개할 수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결국 박 씨의 아버지는 오늘(13일), 충북 청주 오송 식약처 앞에서 직접 목소리를 냈습니다. 아버지는 "제 딸은 지난해 9월 출근한 뒤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평소 딸이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목이 메어 먹지 못하고, 딸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스스로 자책하기를 수천 번 수만 번을 반복하고 있다"고 울부짖었습니다.

아버지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상담센터를 찾아 고충을 토로했는데, 이 기록을 열람조차 못 하게 하면서 무슨 투명한 조사를 한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식약처가 상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 재해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노무법인 청춘'의 김은지 노무사는 " 식약처는 산업재해 신청을 위한 자료 제공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전부 거부 처분하고, 이의 신청 역시 기각하고 있다"며 "'자료가 필요하면 소송하라'는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유족에게 사실상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노무법인의 자문에 따라 객관적이고 엄정한 조사를 실시해 공정하게 징계 처분 수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담 기록 제공 거부에 대해서는 "상담학회 직업윤리 강령에 따르면 가족과 동료에게도 상담 기록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정보 공개 청구를 추가 신청할 경우, 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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