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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1.3조 중 1년내 2500억 상환
미이행땐 부동산 처분 가능 조항도
홈플러스 신용강등에 조달도 막혀
담보권 발동 우려 '회생 신청' 분석
금감원, 신영증권·신평사 검사 착수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5년 3월 13일 16:35
자본시장 나침반'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뉴스1.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1조 3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내주면서 1년 내 2500억 원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특약 조건을 삽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조기 상환이 안 되면 담보로 잡아둔 홈플러스 부동산들을 회수해 강제 처분하는 조항도 넣었다.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강등된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 상황이 꼬이게 되자 메리츠 측의 이 같은 담보권 발동을 우려했고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에 나섰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지주(138040) 3개 자회사들은 홈플러스에 지난해 5월 고정금리 연 8%, 총 1조 3000억 원의 3년 만기 대출을 실행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가 보유한 전체 63개 매장을 담보로 잡고 외부 감평기관과 함께 이 자산들의 전체 가치를 총 4조 99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25.95%로 계산했다.

메리츠 측은 대출을 내주면서 12개월 내 2500억 원, 24개월 내 누적 6000억 원을 상환하라는 특약 조건을 삽입했다. 또 홈플러스 채권 부도가 발생하면 차주에 불리한 조건을 넣는 등 여러 특약들을 추가해뒀다. 이 특약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들을 강제 처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촘촘한 계획도 수립했다.

지난해 급하게 1조 원 넘는 대출이 필요했던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당시 이 조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 강제 매각 조항 발동을 우려해 올 상반기 여러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매각 계획이 지연된 데다 신용평가사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강등(A3→A3-)하며 조달 통로가 막히자 마지막 카드로 ‘법원행’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IB 전문가들은 현금 흐름 대비 너무 큰 빚을 짊어진 홈플러스가 고금리 대출 전문가인 메리츠를 찾아가면서 예견된 결과를 낳았다는 관전평도 내놓고 있다. 실제 조기 상환이 불발돼 메리츠가 자산 강제 처분에 나서려 했다면 MBK는 이를 막기 위해 이자율 상승 등 더욱 혹독한 추가 조건을 내밀면서 직접 신용보강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메리츠는 계열사 3사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대출을 내주는 곳으로 자본시장 내에서 이름을 날려왔다. 만약 대출금 회수가 안 되면 미리 잡아둔 담보물을 강제 매각하는 사례도 상당수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메리츠가 홈플러스의 목줄을 틀어쥐게 될 상황이었다”면서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고자 했던 MBK는 금융 채무 동결을 목표로 메리츠 모르게 기습 작전을 썼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메리츠와 MBK 간 갈등 구도가 발생한 게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한다.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은 MBK에 맞설 경영권 방어 전략으로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실행했다. 메리츠는 이 과정에서 1조 원어치 긴급 사모사채 투자를 해주며 최윤범 회장을 측면 지원했다. 당시 6.5% 금리로 발행된 사채는 고려아연의 빚으로 남아 회사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MBK는 지난해부터 영풍과 연합군을 형성, 현재 고려아연 지분 총 40.95%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추후 이사회를 장악하고 회사 경영에 나서게 된다면 악화된 고려아연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메리츠와 MBK가 서로 기습 전략을 쓰며 자존심 싸움이 벌어진 것도 이번 사태의 뒷배경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홈플러스 회생 신청과 관련해 CP 인수 증권사인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신영증권은 개인투자자에게 홈플러스 관련 CP와 회사채, 전자단기사채(STB),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을 판매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에 대한 검사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기관 전용 PEF와 업무집행사(GP)에 대한 검사권을 갖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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