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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직급여 12조원 육박
예상보다 9000억가량 늘어
실업자 증가·구직급여 편법 수령 탓
정부 대책 마련은 ‘하세월’


정부가 지난해 동이 난 구직급여 지급 예산을 메우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에서 9000억원 가까운 돈을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악화로 실업자가 대폭 늘어나며 당초 전망한 예산 규모를 웃돈 것이 주 원인이다. 여기에 ‘부정수급’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껴들면서 예산이 더 빨리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금을 끌어다 쓸 수록 직업훈련에 쓸 돈 등이 줄어드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고용보험기금에서 8734억원을 끌어왔다. 이는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지급하는 구직급여 예산이 예상보다 빨리 고갈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구직급여 예산으로 10조9144억원을 편성했었다. 여기에 기금을 더 끌어다쓰면서 실제 지출 규모는 11조7878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2023년에도 고용보험기금을 끌어다 썼다. 2년 연속 기금을 당겨 써야 할 정도로 대규모 지출이 발생했다. 다만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3년의 경우 약 1600억원 정도를 가져 왔다. 1년 사이 당겨 쓴 돈 규모가 5배 이상 커졌다.

주 원인으로는 고용시장 부진이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건설업 부진 등의 상황으로 실업자가 많이 늘어난 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부정수급도 원인 중 하나로 평가한다.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반복수급자’ 중 부정수급에 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하한선인 180일을 채운 뒤 퇴직해 구직급여를 받는 일을 반복하는 행태를 대표 사례로 꼽는다. 실제 반복 수급자 수는 최근 5년간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9만3000명이던 반복수급자 수는 지난해 11만 3000명까지 늘었다.

고용보험기금을 끌어다 쓰면서 부수적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당초 고용보험기금으로 써야 할 사업들의 예산이 반대급부로 줄어드는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으로 할 수 있는 직업 훈련이라든가 모성보호 이런 사업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반복수급자 중 옥석을 가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언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반응이 미온적인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관련 비판을 제기하면서도 개선 방안 마련을 논의를 하려 하면 ‘나중에 논의하자’며 결국 뒤로 밀려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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