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 AP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주요 규제들을 대거 폐기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EPA는 12일(현지시간) 총 31건의 환경규제 완화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PA는 석탄·가스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을 철회하고, 승용차와 대형트럭에 적용되는 배출가스 규제기준을 “재고(reconsider)”하기로 했다. 청정 전력 계획, 수은 및 대기 독성 기준, 미세먼지 기준 등도 재고된다. 전기자동차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들도 종료될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EPA가 발표한 환경규제 폐기 계획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과 복지에 해롭다는 미 정부의 공식적 판단을 재고하겠다고 한 것을 꼽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09년 나온 온실가스에 대한 ‘위험 판정(endangerment finding)’ 보고서는 그동안 미국에서 환경규제와 기후법의 근거가 돼왔다.
하지만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은 오랫동안 온실가스의 위해성을 부정해왔다. EPA는 온실가스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과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위험 판정’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온실가스의 위해성에 대한 정부 판단이 뒤집힌다면 기후위기를 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고 전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13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환경 규제 완화에 대해 “어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규제완화가 이뤄진 날”이라며 “온실가스 위험 판정, 탄소의 사회적 비용, 그리고 이와 유시한 이슈들에 대한 수많은 규칙들을 정비함으로써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찔러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환경 규제 완화로 “미국 가정의 생활비가 감소하고 자동차 구매, 집 난방, 사업 운영을 위한 필수픔들이 더 저렴해질 것”이고 “미국 제조업을 재점화하여 지역 사회에 경제적 이익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과 민주당은 환경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EPA 간부를 지낸 지나 맥카시는 “이 규칙들을 철회하는 것은 단순히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며 “EPA는 미국인의 건강과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임무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