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무원 징계 요구 주요 근거…국가 최고 감사기구 수장 자격 의문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13일 최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업무 복귀하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13일 최재해 감사원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하면서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국가공무원법(제56조)과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감사원이 비위가 확인된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주요 근거가 국가공무원법(제56조) 위반이라는 점에서, 최 원장이 파면을 면했더라도 국가 최고 감사기구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작 최 원장은 이날 직무에 복귀하며 위법 행위에 대한 사과 없이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최 원장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감사 과정 등에서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23년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불법적으로 공개하는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 원장은 주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을 ‘패싱’하고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위해 감사원 전자문서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바꿔 주심위원 열람 결재 기능을 삭제해 버렸다.
헌재는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가 없으면 감사 결과를 시행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 변경은 법령상 허용된 감사원장 권한 범위를 벗어나 주심위원 권한을 침해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간 감사원은 기관감사 등에서 공무원 비위 사실을 확인하면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들어 중징계 요구 등을 해왔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직 자녀 경력 채용 비리 감사결과에서도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징계 처분이 타당하다”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최 원장은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 직후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복귀하게 되면 국민께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감사원 기능을 다 하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 중점 업무 분야로 “공직기강 확립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공무원 주요 징계 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대해 사과하거나 자세를 낮추는 모습은 없었다.
신분 보장을 받는 감사원장은 탄핵 외에는 징계 수단이 없다. 결국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헌재가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인정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관련 사건은 2023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최 원장 등이 고발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헌재는 최 원장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부실 감사 논란과 관련한 국회의 감사원 현장검증에서 감사 관련 자료 열람을 거부했는데, 이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탄핵 기각 결정에 찬성한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국가공무원법·국회증언감정법 위반에 더해 ‘감사원 직무상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감사원법과 헌법을 위반했다는 개별의견을 냈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임의로 감사원 훈령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했는데, 재판관 3명은 “훈령 개정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행정부 제2인자인 국무총리를 통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감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