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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유아 사교육 첫 실태조사 결과
2명 중 1명 사교육 참여, 월평균 30만 원
유아 영어학원,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29조 '역대 최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사교육 실태를 패러디한 코미디언 이수지. 유튜브 영상 캡처


'
4세 고시'(유아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로 상징되는 미취학 아동의 과열된 사교육 실태가 정부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영유아 2명 중 1명은 사교육을 하고 있고 평균 30만 원 이상을 썼다. 또 '초등 의대반' 등 선행학습의 확산 속에 지난해 초·중·고교생이 쓴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인 29조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4 영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영유아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해 공개한 건 처음이다. 통계청이 교육부 의뢰로 지난해 7~9월 3개월간 6세 미만 영유아 1만3,24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사교육에 참여하는 영유아 비율은 47.6%였다.
특히 5세 때는 10명 중 8명(81.2%)이 학원 등을 다녔다.
일주일에 평균 5.6시간을 사교육 하는 데 썼고 월평균 33만2,000원이
들었다.
지난해 여름 3개월(7~9월)간 국내 영유아 172만1,000명이 쓴 사교육비 총액은 약 8,154억 원으로 추산됐다.

4세 고시→7세 고시→초등 의대반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은 거액의 사교육비를 빨아들였다.
이 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이었다. 부모가 1년에 쓰는 비용(1,850만 원)이 국내 4년제 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1,365만 원·2024년 기준)보다 많다.
유아 영어학원 중 원비가 비싼 곳은 한 달에 250만 원이 넘는다.

저연령대 아이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흐름은 초등학교로 이어진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교생 1명이 쓴 월평균 사교육비는 44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1.1%(4만4,000원) 늘었다. 중학교(49만 원·9.0%)와 고등학교(52만 원·5.8%)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일부 지역에 있던 '7세 고시반'(유명 영어·수학 학원 레벨 테스트)과 '초등 의대반' 등 선행학습 학원이 전국으로 퍼진 까닭이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로스쿨반·의대반이 편성돼 사교육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교육부 관계자는 저연령대 사교육이 늘어난 것을 두고 "저출생이 장기화하면서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남들이 시키니 따라 하는) 동조 문화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7%(2조1,000억 원)
증가
했다.
2007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년 사이 학생 수는 521만 명에서 513만 명으로 8만 명 줄어든 반면 부모 지갑에서 나간 사교육비 총액은 늘어난 것이다. 학생 1인당 쓴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9.3% 늘었다.

"학원들, 초교생 겨냥한 상품 내놔"



교육 전문가들은 저연령대 사교육이 급증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풀이했다.
①윤석열 정부가
입시 경쟁을 줄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불안한 학부모들이 일찍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고
②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여파로 초등 의대반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등 사교육 심리를
부추겼으며 ③학령인구 감소로 중·고교생 대상 영업에 한계를 느낀 학원가가 어린 아이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말했지만 2028년 대입 제도안에서 내신 5등급 상대평가제를 채택하는 등 입시 경쟁을 완화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아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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