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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8월 18일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 스마트스쿨' 현장인 서울 중구 창덕여중을 방문, 테크센터에서 수업에 사용할 태블릿을 수령한 뒤 교실로 이동하고 있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경기도교육청이 문재인 정부 국책 사업이었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그린스마트 사업)’을 추진하며 멀쩡한 학교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등 수천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3일 발표됐다. 그린스마트 사업은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 중 하나다.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노후 학교를 첨단 학교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감사원 ‘경기도교육청 정기감사’ 공개문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문 전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발표 이듬해인 2021년 4월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그 뒤 현재까지 4년간 관내 230개교(382개 동)를 대상으로 3조1864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애초 정책 취지는 노후도가 심한 건물을 교체하는 것이었지만, 경기도교육청의 기준은 달랐다. 폐교 가능성이 높거나 최근 시설 공사를 했던 학교, 안전등급이 높아 개축이 불가능한 건물도 부수고 다시 짓는 무분별한 공사가 진행됐다. 국비와 지방재정교부금이 함께 투입돼 예산이 넘쳐나서 생긴 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감독은 부실했고, 혈세는 눈먼 돈처럼 쓰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계획한 물량보다 신청한 학교 수가 적어 공립학교는 무조건 선정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의 화수초등학교는 2021년 사업 대상 선정 시 전교생이 69명이었다가 지난해 30명으로 줄었다. 3년 만에 절반 밑으로 감소했지만 개축 사업비로 63억원이 투입됐다. 김포양곡초 등 5개 학교는 2016~2020년 사이 이미 시설 공사로 96억원이 쓰였지만, 2021~2022년 사업대상에 선정돼 370억원 예산이 더 들어갔다.

2021년 9월 당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사업 추진이 진해오딜 당시 일부 학부모들은 공사 기간에 사용될 모듈러 교사(이동식 임시 교실) 안전성 부족, 개축 시 재학생이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사업을 반대해왔다. 뉴스1

리모델링으로 충분한 건물을 개축한 사례도 쏟아졌다. 교육청 조례에 따르면 안전등급 B등급 학교 건물은 개축이 불가능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예산 소진 목적으로 전체 사업 물량 50%를 사전에 개축하기로 결정한 뒤, 기존 심의 절차를 생략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개축 적정성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밀어붙였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이재정 당시 경기도교육감에게 보고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기준 개축이 진행 중인 학교 건물 87개 동을 조사한 결과 80개 동 안전등급은 개축할 수 없는 B등급이었다. C등급인 나머지 7개 동도 리모델링보다 경제성 분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위 87개 동을 개축이 아닌 리모델링 했을 경우 2916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작년 12월 그린스마트 사업 명칭을 공간재구조화 사업으로 변경하고 사업을 축소하고 국비 지원을 배제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예산 낭비는 현 정부 출범 뒤에도 이어졌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전경. 사진 경기도교육청

감사원은 경기도교육청이 수조 원대의 교부금을 적립한 상황에도 별도의 검토 없이 정부 지침에 따라 사업비 중 25%를 민간투자방식(BTL)으로 추진해 시설 임대료 등 최대 1374억원의 예산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해당 사업이 경기도 의회 심의를 거쳤던 점을 고려해 실무자들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대신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에 향후 사업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당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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